“그럼 내가 안 나올 걸 그랬나?”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한 윤석열 당선인이 촬영현장에서 던진 우스갯소리입니다. 그런데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됐습니다. 해당 방송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인데요. 일부 시청자들이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윤 당선인 출연 과정에서 일부 석연치 않았던 점까지 드러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당선 후 처음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20일 방송된 유퀴즈에 출연한 것인데요. 이날 방송분은 지난 13일 사전녹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송에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직은) 많은 상의도 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결정할 때는 모든 책임도 져야 한다”며 “국민들의 기대도 한 몸에 받고, 비판과 비난도 한 몸에 받는다. 열심히 하고, 또 거기에 따르는 책임과 평가도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고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선거 때만 해도 크게 긴장하지 않고 잠도 잘 잤다. 당선되고 나서부터는 숙면이 잘 안 된다”며 “국민들이 편하게 잘 사는 좋은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일이니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여러가지로 고민도 하고, 많은 분들의 조언도 얻는다. 이제 엄청난 책임을 지게 됐으니까”라고 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밤에 자다 보면 어떨 땐 선거하는 꿈을 꿀 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디를 가야 하는데’ 하면서 일어나보면 선거가 끝나 있다”며 “선거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있었는데, 그때가 또 많이 그리워진다”라고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의 진솔한 얘기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이후 2000개 가량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글들이 다수였는데요. 이들은 “유퀴즈 실망이다” “선전도구로 전락한 프로그램” “정권 나팔수 노릇이나 하는 방송” “프로그램 폐지하라” 등 다소 과격한 반응까지 보였습니다.
물론 윤 당선인의 출연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당선인의 노력을 봐야 한다” “당선인의 생각을 가깝게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더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달라” 등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논란의 화살은 국민MC 유재석에게까지 돌아가고 있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이 유재석이 윤 당선인의 출연 소식을 미리 알았을 것이란 반응을 내놓은 것이죠. 하지만 이와 관련해 연예부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에 대한 반발이 크다”라며 “그 이유는 유재석 때문인데, 국민 MC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장소까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상태에서 녹화가 진행됐으며, 심지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tvN 측 모두 출연 여부를 밝히길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극소수의 인원만 나서 섭외와 녹화를 진행했으며, 유재석과 조세호도 녹화장에 도착해서야 평소와 다른 이상함을 감지했다고 한다”며 “경호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현장에 다수 있었고, 녹화장 입구에 커튼도 설치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작사인 CJ ENM은 유재석이 사전에 윤 대통령의 유퀴즈 출연을 몰랐는지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점점 더 커지는 모습입니다. 유퀴즈 측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출연 요청은 거부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입니다. 당시 유퀴즈 측은 정치인 출연이 프로그램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문 대통령의 출연 요청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만약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 당선인의 출연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 불가해 보입니다. 이에 제작진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CJ ENM 관계자는 한 언론사에 “내부 확인 결과 문 대통령 측에서 유퀴즈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 법적대응 등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는데요.
일단락 되는 듯했는 논란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등장으로 다시 점화됐습니다. 탁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4월과 그 이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 수선사, 조경담당자들의 출연을 문의한 바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탁 비서관은 “그때 제작진은 숙고 끝에 CJ 전략지원팀을 통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 는 요지로 거절 의사를 밝혀왔고, 우리는 제작진의 의사를 존중해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프로그램 담당자와 통화한 기록이 있고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로 남아있다”며 “우리가 제작진의 거절을 군말 없이 받아들인 것은 그 프로그램을 존중해서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라는 것은 어떠한 외압도 없었길 바라며, 앞으로도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만을 제작의 원칙으로 삼기를 바랄 뿐”이라며 “그것이 방송쟁이,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과거 연예계가 정치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적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극도로 거리를 두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연예계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악몽이 여전한 상황이며 정치권 역시 ‘연예인 동원령’을 내렸던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BTS의 취임식 참석과 관련해 논란만 일으켰던 점을 상기하면 달라진 분위기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유퀴즈 논란이 예상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