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폭탄 파편 맞은 일본…엔화 가치, 51년 만에 최장기 하락

입력 2022-04-19 14:37수정 2022-04-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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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거래일 연속 하락…연일 20년 만에 최저치 경신
일본은행 총재 “금융 완화 정책 변경 의사 없어”
긴축 강화 연준과 다른 행보에 엔저 가속
여름 참의원 선거 앞두고 일본 정부도 사태 주시

▲사진은 일본 도쿄에서 19일 한 행인이 달러·엔 환율이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일본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긴축 폭탄 파편을 맞고 있다. 엔화 가치가 51년 만에 최장 기간 하락을 기록하는 등 엔저 현상이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127엔대로 상승하고 나서 이날 도쿄에서는 128엔까지 돌파해 엔화 가치가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엔화 가치는 13거래일 연속 떨어져 금태환 제도가 폐지된 1971년 이후 51년 만에 최장기 하락세 기록을 이어갔다. 미국 달러화당 엔화 가치는 올 들어 지금까지 11% 이상 하락했다.

엔저가 멈추지 않는 것은 미 연준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이 현재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연내 6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장 시장에선 내달과 6월 FOMC에서 연준의 인상 폭이 통상 보여온 25bp(1bp=0.01%p)가 아닌 50bp의 빅스텝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면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 완화정책이 적절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전날 중의원(하원) 결산행정감시위원회에서 “인플레이션 상승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환율도 여기에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도 “경제 현황을 고려하면 금융 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을 변경할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로다 총재도 “급속한 엔저는 경제에 마이너스”라며 최근 상황을 우려했다.

이에 달러·엔 환율이 몇 달 안에 130엔 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CIBC은행의 비판 라이 외환 전략책임자는 “엔화 시세의 움직임은 믿기 어렵지만, 연준과 일본은행의 다른 자세를 생각하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그간 “엔저는 일본 경제에 플러스”라던 당국이 현재는 식료품이나 일용품 가격이 오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정책 수정 가능성을 일축한 구로다 총재도 “급속한 엔저는 경제에 마이너스다. 최근 상황을 더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고, 그간 정부 정책에 반하는 발언을 삼갔던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 역시 이례적으로 현 상황을 “나쁜 엔저”로 규정했다.

한편 4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그동안 디플레이션을 막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개인소비가 정체된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지금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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