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 범죄…대법, ‘이혼’ 부모 감독 책임 “원칙적으로 없다”

입력 2022-04-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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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뉴시스)

친권·양육권이 없는 부모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미성년 자녀가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4일 피해자 유족 A 씨 등이 가해자 부모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B 씨의 자녀인 C 씨가 당시 만 17세인 미성년자로 피해자의 나체사진을 유포한다고 협박했고,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C 씨와 B 씨 등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가해자인 C 씨의 책임을 60%, 부모의 책임을 10%로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C 씨와 양육자인 D 씨는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재판에서는 친권이 없고 C 씨를 양육하지 않은 B 씨에게도 미성년자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의무자책임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B 씨는 자녀 C 씨가 만 2세였을 때 D 씨와 협의이혼했고, 친권자·양육자는 D 씨로 정해졌다.

원심은 “아버지로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조언 등 감독의무를 위반했다”며 B 씨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혼으로 인해 부모 중 1명이 친권자,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비양육친)는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해 (일반적인)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다만 “비양육친의 감독의무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사정이란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해 현실적·실질적으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지도, 조언을 해 공동 양육자에 준하는 보호·감독을 하고 있었을 때다. 또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직접 지도, 조언하거나 양육친에게 알리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양육친은 원칙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의무자책임을 지지 않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 판결이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비양육친의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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