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트 오미크론' 서두르다 체한다

입력 2022-04-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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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조였던 방역의 고삐가 한 번에 풀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한 새로운 조정안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목표는 의료체계를 포함한 일상생활의 회복이다. 이에 따라 사적 모임 인원이나 영업시간의 제한을 없애는 것은 물론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어느 나라보다 빡빡한 방역 정책을 펼쳐오던 정부는 이제 '포스트 오미크론'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전과 같은 의료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신규 확진자 수는 매일 20만 명대 안팎을 오가고, 사망자는 평균 3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해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숫자다. 정부는 5월에도 신규 확진자 숫자가 수 만 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각국에서 XE, XJ 등 오미크론 재조합 변이가 잇따라 등장하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국내에서도 12일 XL 변이가 처음 확인됐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변이가 거듭될수록 전파력은 높아지고 치명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구 속도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줄지어 나타나는 변이에 대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코로나19가 매년 가을·겨울에 더욱 유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포스트 오미크론 논의는 또한번 일상생활의 반짝 회복으로 끝날 수도 있다. 정부는 상황이 다시 심각해질 경우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는 등 비상체계에 돌입하겠단 입장이다. 하지만 전폭적인 완화를 경험한 상황에서 이를 손바닥 뒤집듯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예전만큼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해도 여전히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에게는 위협적인 바이러스다. 전문가들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포스트 오미크론이라는 선언적 구호에 사로잡혀 국민건강 안전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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