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영국 총리, 사우디 등서 원유 수입 확대 모색
독일, 여전히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 반대
프랑스, 대선 이후로 관련 논의 연기 경향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11일 알제리를 방문해 압델마지드 테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방문에서 드라기 총리는 알제리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50% 늘리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양국 공동 투자 등을 포함한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드라기 총리 방문에 앞서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달 초 자국 에너지 대기업 ENI 경영진과 함께 알제리를 방문해 수입 확대를 타진했다. 지난해 이탈리아는 알제리로부터 210억 ㎥의 천연가스를 공급받았다는데, 올해에는 수입분을 90억~100억 ㎥가량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알제리는 러시아를 제치고 이탈리아에 가장 많이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국가로 떠오르게 된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순방해 에너지 관련 회담을 진행했다. 존슨 총리는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회담 후 “모든 산유국이 사우디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공급 확대를 촉구했다. 블룸버그도 존슨 총리의 중동 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EU 회원국들은 2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각종 제재를 부과하는 동시에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그 의존도가 너무 큰 탓에 에너지 관련 제재를 내리는 것과 관련해 회원국 간 이견이 컸다.
그러다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구 키예프)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을 대규모 학살한 정황이 나오면서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여전히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는 전체 유럽 공급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대러 제재에 동참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에너지 수급에 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서 정상들이 각자도생에 나선 것이다. 독일은 여전히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에 반대 입장이며 프랑스도 대선 결과 이후로 관련 논의가 미뤄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런 각자도생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알제리 에너지 산업은 투자 부족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인구 증가로 내수 에너지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어 수출 여력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중동 산유국들이 증산에 큰 뜻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블룸버그는 고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타격을 받았던 사우디 등 산유국의 금고를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어 미국과 유럽 등 원유 수입국의 증산 가속화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난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11일 소집되는 EU 외교장관 회의에 러시아 원유에 대한 수입금지 방안이 안건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EU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단계적으로 수입량을 줄이는 방안과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원유 대금을 러시아 정부에 직접 지불하지 않고 별도의 계좌에 예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