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게 꼭 발음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녀가 한국에서 ‘돈나무(MONEY TREE) 언니’로 불리는 건 미국에서도 소문이 났습니다. 작년 초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그녀를 돈나무 언니로 부른다”며 “아크의 눈부신 실적 덕분에 인지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녀는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의 신드롬 수준의 믿음을 주고 있는데요. 인기에 힘입어 굿즈까지 내놨답니다. ‘Truth Wins Out’라고 적힌 티셔츠와 ‘Stay Innovative’라고 적힌 야구 모자를 포함해 ‘Invest in the Future’라고 적힌 아기 팬티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그 인기 비결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겠네요.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 아크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운용 자산은 작년 초 약 500억 달러에서 올해 초 239억 달러로 반 토막이 났네요.)
그동안 아크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설립 2년째였던 2015년과 2016년 아크는 누적 수익률이 2% 미만이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에는 87%, 2018년 4%, 2019년 36%, 2020년 157%로 증가했습니다. 2020년 우드가 이끄는 아크는 ETF에서 월가 최고의 퍼포먼스로 단번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2014년 아크를 설립한 후 포트폴리오에서 테슬라 비중을 다섯 번째 규모로 불렸습니다. 2018년에는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탄소배출 제로, 배터리 전기차 메이커인 테슬라에 대해 혹평하자 테슬라 비중을 10%, 1위로 늘렸습니다.
2016년 테슬라 주가가 11% 폭락해 애널리스트의 75%가 매수 반대 의견을 내놨을 때도 우드는 오히려 테슬라 포지션을 거의 3배인 5072주로 끌어올렸습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그 이듬해 테슬라 주가가 46% 오르고, 애널리스트 68%가 ‘약세(bearish)’ 의견을 유지한 뒤 지분을 6만7653주로 13배 이상 확대했습니다. 테슬라가 2019년 애널리스트 70%의 미온적인 추천 속에 26% 반등했을 때 지분은 거의 두 배인 47만1594주를 기록했습니다.
나중에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팔지 않았다면 테슬라는 아크의 포트폴리오에서 20%를 훨씬 넘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테슬라가 현금 부족으로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도 공격적으로 매수했는데, 이는 테슬라가 놀라울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죠. 우드는 테슬라 가치가 언젠가 3조 달러 이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당시 머스크는 상폐 철회 이유로 주주들의 반대를 들었는데요. 사실 여기에는 우드의 입김도 한몫 했답니다. 우드가 머스크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죠. 우드는 5년간 테슬라가 4000달러로 반등하는 걸 봤기 때문에 머스크에게 회사를 비공개화하지 말라고 조언했답니다. 그러자 한 달도 채 안돼 머스크는 “나의 계획이 더 나은 길이 아니다”라며 상폐 얘기를 철회했답니다. 머스크조차 우드의 판단에 감명을 받은 셈이죠. 머스크는 자신과 이사회가 우드의 편지를 검토했고, 그게 상폐 여부에 영향을 줬다고 우드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테슬라는 약 20억 달러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고, 머스크가 그중 많게는 1000만 달러까지 매입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드는 나중에 인터뷰에서 “그 결정이 우리 때문이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며 “그러나 테슬라에 대한 우리의 연구는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녀가 이끄는 아크도 부침이 있지만, 여전히 건재합니다. 국내에서는 우드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연일 기사화합니다. “세계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소수의 신기술에 집중적으로 베팅한다”는 우드의 전략에 신봉자들이 있는 것이죠.
4일에도 머스크가 트위터 주식 9.2%를 취득했다는 소식에 우드가 한 마디를 남겼네요. 그는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트위터의 파라그 아그라왈 CEO에게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새로운 경영진 쇄신의 기초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머스크가 이번에 트위터의 최대 주주가 된 데 대해선 아직까지 둘 사이에 교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낙 조명을 받다 보니 질투의 시선도 많이 받습니다. 얼마 전 우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여자여서 언론의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경험한 모든 직업적 소외는 성별 때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경력을 돌아보면, 여자여서가 아니라 자신이 주위에 반대되는 견해를 내놓기 때문이라고요. 사람들은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라고 불리는 걸 모르나 봅니다.)
평소 자신의 투자 신념을 워낙 확고하게 각인시키다 보니 비평가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기죽지 않습니다. 자신의 전략이 금융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이디어와 연구에서 나온 도발이라는 거죠.
우드는 57세, 다소 늦은 나이에 연구 중심의 투자회사 아크를 설립한 건데, 그 이유는 혁신과 기술에 집중하는 투자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드는 “내가 어울릴 곳이 없었고 어디에도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이런 강인함은 천성인 듯 합니다. 아일랜드 이민자 1세대 슬하에서 ‘장녀’로 태어난 우드는 집안의 ‘장남’으로 자랐답니다. 그녀의 부모가 그녀에게 성별에 구애받지 말고 살라고 격려한 덕분이었죠.
이 때문에 그녀는 여성 동료들이 다른 여성을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여왕벌 증후군’을 질색합니다. “혁신은 경쟁의 장을 평준화한다”는 모토가 그녀가 월가 최고의 투자가로 성공한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