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데이터 기반 리스크 관리 중요…업권별 자구적 노력도 필요
역대 최대 가계부채,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에 따른 대내외 위험 요인이 증가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촘촘해진 금융업권 간 상호연계구조를 타고 부실이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4일 이투데이에 금융권 상호거래규모 확대에 따른 위기 전이 가능성에 대해 “2금융권에서 리스크 발생 요인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위기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위는 상호거래 비중이 높아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위기 대응 능력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비은행금융중개 안정성 제고, 비은행금융회사 잠재리스크 관리를 골자로 2019년 발표한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 방안에 따라 여신전문업, 증권업 등 각 업권별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은행권 중심의 거시건전성 관리체계를 비은행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체계로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발생 가능한 대내외 충격에 대비해 금융시스템의 취약부문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또한, 시장성 차입이 많거나 레버리지 수준이 높은 업권의 자금 유출입 현황, 영업행태 변화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여전사,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위기대응 여력을 종합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이 비은행권의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미 비은행권 리스크가 금융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증권사는 감염병 발생으로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의 추가 외화증거금을 납부해야 하는 마진콜에 대응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마진콜 규모가 크다 보니 증권사가 보유한 달러만으로 증거금을 납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며 외환수요가 폭증했다.
결국, 이는 원ㆍ달러 환율 급등까지 이어지며 단순한 증권사만의 위기가 아닌 시스템 위기로 번져나갔다.
캐피탈사 역시 유동성 위기를 맞닥뜨리며 채권시장안정펀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연계성이 증가했다는 것은 한 회사나 업권의 위기가 제한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다른 회사, 업권까지 방대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라며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로 부도위기에 몰렸을 때 미국 연방준비은행(FRB)가 JP모간체이스로 하여금 베어스턴스를 합병하도록 한 사례를 들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대마불사(大馬不死) 측면에서 부도의 영향을 평가한 게 아니라 베어스턴스와 연계된 회사와 업권이 방대하다 보니 부도 이후의 연쇄적인 영향까지 고려한 것”이라며 “난마불사(亂麻不死)의 상황이 올 수 있어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노력과 함께 업권별 노력도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상호연계성 증가는 금융 권역 간 자금 거래가 일어났단 말”이라며 “한 곳에서 리스크가 현재화되면 그 업권의 머무는 게 아니고 자금 조달 관계를 통해 리스크가 전이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돈을 빌려서 운용할 수밖에 없는 업권인 캐피탈사,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와 자금을 단기로 빌려 장기로 운용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하는 저축은행, 소규모 증권사 등이 위험도가 높다”라며 “당국은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러한 곳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 센터장은 “업권 역시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만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아닌 자금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리스크를 관리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