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간 금리 차 여파, 엔 캐리 트레이드 활성화
2013~2015 엔화 약세 당시 엔 캐리 자금 국내 유입
증권가, "금리차로 외인 자금 국내 증시 들어올 가능성"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약 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엔 캐리 트레이드’가 국내 증시를 떠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엔화가 초 약세를 나타내던 2013~2015년 당시 ‘엔 캐리’가 외인의 유입을 늘렸던 만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31일 기준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21.7엔으로 집계됐다. 엔화가치는 최근 125엔 근처에 도달하면서 2016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경신했다. 3월 한달 간 약 8% 넘게 급등한 상태다. 원·엔 환율은 100엔 당 9960.05원을 나타내는 등 990원대를 오가고 있다.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엔화 가치 약세는 미국(공격적 통화정책)과 일본(완화적 통화정책)의 통화 정책 차이로 금리차가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10년물 국채금리가 2.5%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상승을 우려, 연내 6차례 기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반면 일본 중앙은행(BOJ)은 계속해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물가상승률(0.6%)이 정책목표(2%)와 아직 격차가 있는 만큼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금리차이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2분기 달러·엔 환율이 140엔까지 도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엔화 약세 기조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 대비 낮은 일본의 금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 활성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일본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다른 국가 증시에 투자한 뒤 차익을 얻고 다시 일본에 자금을 갚는 매매를 말한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0.2%대인 반면 한국은 2.9%대, 미국은 2.5%대로 일본 대비 높은 금리 레벨을 유지 중이다.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인이 일본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한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때문에 증권가에선 조심스레 앤 캐리 트레이드로 외인 자금이 국내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 위험이 완화하면 엔화 약세에 기댄 ‘엔 캐리 트레이드’ 활성화 가능성이 있다”며 “2000년 이후 ‘미국 금리 인상과 엔화 약세’ 국면에서 코스피 랠리가 펼쳐진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와 같은 전 세계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탈출 행렬이 이어져온 외인의 움직임에서도 소폭 반전 움직임이 감지된다. 외인은 국내 증시에서 최근 8거래일 중 5거래일간 순매수를 진행, 총 9600억 원을 사들였다. 3월 들어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4조2300억을 팔아치운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국내 증시는 외인의 국내 증시 보유율이 곤두박질치면서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1일 기준 외인의 국내 증시 지분율은 전체 시가총액 대비 27.9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과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내 증시로 밀려와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끈 사례가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엔화 약세가 이어지던 2013~2015년 당시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원화 수익률은 34%에 달하는 등 매력도가 높았다. 이어 추락하던 외인 지분율과 주가도 이듬해 2016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화 초약세, 달러화 강세기간 때 당시 엔캐리 트레이딩 전략은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통화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며 “해당기간 코스피에 대한 외국인 매매패턴이 순매수 기조를 형성했던 것은 캐리요인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일본 엔화의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도 높아지면서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엔 캐리 트레이드 활성화 가능성과 역대급으로 낮아진 외인의 코스피 지분율, 코스피 밸류에이션 매력 등을 고려하면 추후 외인의 순매수 재개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