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서 블록딜은 공공연한 비밀?...짙어지는 사전 정보 유출 의혹

입력 2022-03-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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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직전 주가 하락 사례 10건중 6건꼴
당국 조사 나서…연기금 최대 피해자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 미국 국기와 함께 월가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인다. 뉴욕/AP뉴시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월가에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직전에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10건 중 6건꼴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석연치 않은 거래 패턴에 미국 증권당국이 대형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이 관련 정보를 미리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2021년 이뤄진 블록트레이드(장외 대량 주식매매) 393건을 분석한 결과, 58%가 직전 거래일에 해당 주식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블록딜은 일반적으로 주가 변동성을 막기 위해 거래 당사자끼리 비밀리에 진행되는데, 최근 블록딜은 직전에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실제로 베인캐피털이 구스패딩 브랜드로 유명한 캐나다구스홀딩스의 지분에 대해 블록딜을 진행했을 때나 3G캐피탈의 크래프트하인즈 주식 매각,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크루즈 업체 노르웨이안크루즈라인홀딩스 지분 대량 매도 등 굵직굵직한 거래 모두 직전 주가가 하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가 하락을 해당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지속해서 거래 직전에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기밀로 유지해야 할 정보가 샜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지적했다.

특히 블록딜 직전 주가 하락 현상이 통상 매도인이 은행들에 대량매매 계획을 알리는 시간대인 늦은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주로 시작된다는 점도 투자은행들의 정보 유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법무부도 이러한 판단에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대형 은행과 헤지펀드에 거래 기록과 전자 통신 내역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현재 조사는 모건스탠리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골드만삭스도 이와 같은 요청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CS) 등 투자은행들은 WSJ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WSJ는 궁극적 피해자는 연기금이라고 지적했다. 예상치 못한 주가 하락으로 투자 이익이 증발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던 268건 거래에서 만약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미국증시 벤치마크 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였다면 매도인들이 총 3억8200만 달러(약 4600억 원)를 더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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