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탁재영 작가 “학폭 그린 ‘돼지의 왕’, 어른들을 위한 스릴러”

입력 2022-03-2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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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티빙)


“‘돼지의 왕’이 호평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원작 팬들 말고도 시청자 분들도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작에서는 사회 드라마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스릴러 장르를 추가했죠.”

18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의 극본을 집필한 탁재영 작가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드라마화 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돼지의 왕’은 연상호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는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와 함께 시작된 의문의 연쇄사건으로 폭력의 기억을 다시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의 세계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학교폭력’의 화두를 살리면서, 폭력 트라우마와 함께 자라난 어른들의 서사에 더욱 방점을 둔다.

연 감독과 탁 작가는 29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학폭의 피해를 겪었던 인물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티빙)

‘돼지의 왕’ 원작자인 연 감독은 작품의 드라마화를 직접 제작사에 제안했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탁 작가에게 1, 2부 대본을 써보라고 했고, ‘돼지의 왕’이 드라마로 탄생하게 됐다.

연 감독은 “‘돼지의 왕’이 단편 영화여서 드라마로 가기에는 내용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제작사를 만나기 전에 탁재영 작가와 지금의 스릴러적 구성과 연쇄 살인의 구성으로 가자는 얘기를 나눴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충분히 드라마 분량이 나오겠다고 생각해서 사실 드라마의 구성이 낯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탁재영 작가가 그런 스릴러적 구성을 재미있게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돼지의 왕’은 현재 4회까지 공개됐다. 1~4회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황경민(김동욱)이 성인이 돼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정종석(김성규)이 형사로서 사건의 전말을 쫓는다.

학교폭력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만큼 폭력성이나 선정성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와 관련해 탁 작가는 “4부까지 공개가 됐는데 초반에는 학교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면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연민과 카타르시스로 시작됐다면 5, 6부부터는 사적인 복수가 정당한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느끼게 해줄 거예요. ‘돼지의 왕’은 어른들을 위한 스릴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폭력이 적나라하더라도 후반부 갈수록 전달하고 싶은 도덕적 딜레마, 복수의 정당화를 같이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리얼하게 묘사하고 싶었거든요”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티빙)

2011년 원작이 공개됐으나, 현재까지도 학교폭력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이에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도 수없이 제작되고 있는 중이다.

탁 작가는 “‘돼지의 왕’은 단순히 학폭만 다루지 않아요. 좀 더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죠. ‘왜 강자와 약자로 서열을 나누고, 그 사이에는 폭력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묻죠. 이런 큰 주제를 다루기 위해 학폭이라는 소재가 필요했어요. 초반에는 학폭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더 큰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연 감독도 “원작을 만들 당시엔 성과주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풍조와 학교라는 공간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많이 생각했어요. 지금도 크게 변한 건 없다. 개선돼야 할 문제가 많죠. 또 지금 경험하는 세계, 즉 학교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극 중 학폭 피해자들은 20년 넘게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간다. 반면, 가해자들은 이를 학창시절의 추억, 가벼운 장난 정도로 생각하는 장면이 그려져, 시청자들도 공분을 느꼈다. ‘돼지의 왕’ 창작자로서 작품을 통해 학폭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길 바랐다.

연 감독은 “대부분 자기가 가해자라고 생각 못할 것 같아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탁 작가 역시 “‘어렸을 때 한 번쯤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누군가에게는 장난일지 모르겠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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