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로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입력 2022-03-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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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누적 958만여 명으로 이번 주 중에 1000만 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전 국민의 20%가 확진되는 셈이다. 미국, 영국 등 해외 국가에서 20% 집단면역에 도달하면 유행 감소 추세가 나타났던 만큼 우리도 집단면역 단계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3월 들어 하루 최대 62만 명까지 폭등했다가 20만~30만 명대로 감소하면서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정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다만, 국내의 정점 규모는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정점에서 100만 명당 확진자 수가 프랑스는 5436명, 영국은 2681명, 미국은 2425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5일 기준 6730명이다(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유행이 다 끝난 시점이 아닌, 커지는 시점에 방역을 완화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원칙대로 거리두기 정책을 유지했더라면 2월 말~3월 초에 정점을 찍고 내려왔을 텐데 강력한 방역 완화 메시지 탓에 확산세가 너무 높아 정점 구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거리두기 완화를 둘러싸고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한 고비는 넘긴 듯하다. 하지만 ‘높은 전파력’과 ‘낮은 중증화율’이라는 오미크론의 특성에 맞춘 방역 정책이 결국 엄청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킨 점은 뼈아프다.

20일 사망자 수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329명, 위중증 환자는 1130명으로 2주째 하루 1000명대가 넘는다. 국내 코로나 확진 만 2년인 올 1월까지 하루 10명이 사망했는데,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올 1월 3주 차 이후부터는 하루 100명 가까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확진자가 매일 수십만 명씩 쏟아졌으니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느는 것은 당연하지만, 특히 요양병원, 요양원 등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주로 고령자들이 생을 마감했다. 최근 개인적으로 접촉한 한 요양병원 의사는 “올 들어 거리두기를 확 풀면서 간병인,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들의 확진이 늘어 이들이 환자들에게 전염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망자의 연령대를 봐도 90% 이상이 60대 이상이고, 80대 이상이 60~70%를 차지한다. 주변에서 최근 들어 지인들의 부모님 부고 소식이 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현실인 듯하다. 방역당국이 계절독감 수준이라며 섣불리 방역을 완화하면서 중증환자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졌다. 정부는 이달 초만 해도 오미크론 치명률이 독감과 유사하다더니 지난주 사망자가 하루 300명씩 나오자 뒤늦게 “60대 이상 고령층 미접종자의 치명률은 계절독감의 50배 이상”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확진자 정점 2~3주 후 시차를 두고 위중증·사망자 수 정점이 나타난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에 따르면 이번 주를 정점으로 봤을 때 3월 말~4월 초 사망자는 하루 400~500명대, 위중증 환자는 1800명에서 2000명대의 ‘데스밸리’ 구간에 들어선다.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의 사적모임 최대 인원은 기존 6인에서 8인으로 늘어 거리두기 지침이 또 완화됐다. 마스크를 벗어던졌던 미국, 유럽에서는 또 다른 변이인 BA.2(스텔스 오미크론)의 확산이 우려되면서, 뉴욕타임스는 “짧은 ‘침묵의 기간’(코로나19 안정기)이 곧 끝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스텔스 오미크론 검출률이 한 주일 새 26.3%에서 41.4%로 대폭 상승해 피할 수 없는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방역 당국은 위중증 환자·사망자 관리에 더 방점을 찍길 바란다. 우선 중증화를 막기 위해 먹는 치료제 처방 대책이 시급하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의료 현장에서 계속 물량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증상 발현부터 복용까지 5일 내에 먹어야 하는데 약국 등에서 신청 후 1~2주일 후에 배송받았다는 제보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또 다른 먹는 약인 머크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제품명 라게브리오)도 하루빨리 국내 긴급사용을 승인해 빠르게 공급해야 한다.

“사람들은 코로나 사태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의 말은 지금 우리 방역 당국이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h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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