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그래도 덜 나쁜 선택은 누구인가

입력 2022-03-08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주필

20대 대통령선거 하루 앞, 유권자들의 시간이다. 나라 안팎의 정치·경제·안보환경이 뒤집어지고 있는 격변의 시대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을 이끌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미래 선진국의 기틀을 다질 새로운 리더십을 뽑는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중대한 의미를 갖는 선거다. 열기도 뜨겁다.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전국 유권자 4420만 명 가운데 1632만 명이 투표를 마쳤다. 19대 대선 사전투표율 26.1%를 훨씬 웃도는 36.9%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고 한다. 기실 이번처럼 혐오스러운 막장 선거는 일찌기 없었다. 유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캠페인은 정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마저 팽개친, 끝까지 가장 저열하고 천박하며 속임수가 난무하는 네거티브로 일관해 왔다. 후보들의 수준이 그러하다. 국가 지도자의 인물 됨됨이와 도덕성, 식견, 역량에 대한 무한검증은 당연하다. 하지만 양쪽 진영은 참인지 거짓인지도 알 수 없는 ‘아니면 말고’의 의혹과 막말이나 쏟아내고 사생결단의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지샜다. 특히 두 후보의 배우자 등을 둘러싼 가족스캔들은 외국 언론까지 ‘추문과 모욕으로 점철된 역겨운 선거’로 조롱했을 정도다.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말하지 않아도, 도덕적 리더십에서 이들의 흠결은 너무 많다. “어쩌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 나라가 됐나”라고 탄식하는 이들이 많다. 최선은커녕 차악(次惡)이라도 누구를 골라야 할지 유권자들이 답답함을 토로해 온 이유다.

그러니 애초부터 국가가 직면한 현실과 나아가야 할 미래의 담론, 생산적 논쟁, 대전환의 시대정신과 비전의 경쟁을 기대한 것조차 무리였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들 미래의 꿈을 파는 수많은 공약을 내세웠지만 알맹이 없는 악성(惡性)의 포퓰리즘 일색이고, 과거에 파묻힌 퇴행적 이슈에만 매달려 왔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의 누적된 정책실패로 국민의 삶이 더욱 고통스러워진 현실부터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집값은 폭등했고 일자리는 대란(大亂)의 상황이며, 경제성장이 멈추면서 미래가 암울하다. 코로나19를 핑계삼을 수는 없다. 안보의 불안 또한 최고조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신냉전(新冷戰)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 북한은 계속 핵무기를 고도화하면서 미사일 도발을 거듭해 끊임없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그런데도 김정은과의 대화에만 매달려 북의 위협에 끌려가기만 한 지난 5년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은 갈라지고 심각한 신뢰의 손상을 가져왔다.

경제는 중첩된 위기다.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국제유가가 7년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오일쇼크’ 상황이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산업 전반과 민생에 심대한 충격을 가져온다. 물가는 감당할 수 없이 오르고 경기 후퇴가 불가피하다. 성장동력의 소진과 잠재성장률 추락도 가속화한다. 국가 현안인 인구감소와 고령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랏빚, 고갈되는 국민연금 등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해법과 나라의 진로 또한 안보인다.

그저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표를 사겠다는 행태였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는 가는 곳, 만나는 계층과 집단마다 손꼽기 힘들 만큼 온갖 선심을 베풀었다. 노름판의 무제한 베팅을 방불케 하는 퍼주기 공약에 필요한 돈만 최소 250조∼300조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만들 건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니 공허하기 짝이 없다. 세금 왕창 더 걷고 나랏빚을 계속 늘리겠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이미 국가재정이 바닥났고 나랏빚이 올해 1000조 원을 넘는다. 미래 세대의 고통은 감추면서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모독이다.

결국 이번 대선은 정치세력들에 친문(親文)과 반문(反文)의 대결이고, 유권자들에게는 ‘문재인 정권 시즌2’냐 ‘정권교체’냐의 선택으로 압축된다. 막판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극적인 단일화로 그 구도가 더욱 분명해졌다. 이재명 후보는 다시 승부수로 ‘정치교체’를 내세웠지만, 그 말 뜻이 모호하고 진정성도 글쎄다.

누군가를 새로운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누가 덜 거짓말을 해 왔는지, 더 책임 있게 정권을 달라고 할 염치를 갖췄는지, 내 살림형편을 펴게 할것인지, 내 편 네 편 갈라치기로 깊게 골이 파인 분열과 혼란을 멈추고 엄중한 경제·안보의 위기를 헤쳐나갈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가 판단의 잣대다.

유권자들이 냉정한 분별로 조금이라도 덜 나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잘못 뽑으면 나중에 표를 물어 달랄 수도,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할 수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 못 쓰게 됐다고 내다 버리는 것도 불가능하고 피해는 모두 국민이 덤터기 써야 한다. 앞으로 5년 아니라 더 긴 세월 후회해야 한다. 나라의 재앙이다.

kunny56@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