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Z의 랜선 추억, 김정주를 추모한다

입력 2022-03-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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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오묘한 단어다. 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쳐 부르는 MZ는 갑자기 등장해 ‘젊은 세대’를 통칭하기 위해 쓰이기 시작했다. 기업의 사업전략 설명회부터 정치인 공약과 연설에도 쓰였고, ‘민지’란 괴상한 변형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MZ세대가 생각보다 넓은 나잇대를 포괄하면서 ‘한 세대로 묶어 부르는 게 맞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MZ세대는 밀레니얼의 시작인 1981년생부터 Z세대의 마지막인 2012년생까지를 한 세대에 담는다. 맏이가 승진을 두어 번쯤 했을법한 나이인 반면 막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니. 범주를 너무 넓게 잡은 건 아니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MZ세대의 핵심은 온라인 플랫폼·인터넷과 함께 자라고 글로벌 환경에 익숙하단 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MZ의 정체성인 셈이다. SNS는 기본이고, 게임 서버를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대가 바로 MZ라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81년생 과장님도 12년생 초등학생도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는 같은 세대가 될 수 있겠다.

김정주 NXC 이사의 별세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MZ스러운’ 기억이다. 게임 속에서 친구와 만나 놀기로 했던 것이 떠올랐다. 당시 가장 많이 접속했던 게임은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메이플스토리’였다. 가끔 ‘카트라이더’를 하기도 했고, ‘바람의나라’를 한다는 친구의 컴퓨터 화면을 넘겨보기도 했다. 직접 만나서 놀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묻던 친구 부모님의 질문도 떠오른다. 비슷한 약속을 지금 초등학생인 사촌동생도 하고 있으니, 어쩌면 MZ세대가 공유하는 기억이 아닐까 한다.

김 이사는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를 만들어낸 넥슨의 창업주다. 또한 김 이사가 만든 넥슨에서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메이플스토리 등 무수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게임과 관련한 추억을 만들어준 인물인 셈이니, 애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한국의 디즈니를 꿈꿨다던 김 이사가 한 세대에 기억을 남기고 떠나간 셈이다. 넥슨에서 지주사 NXC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김 이사는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사업과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 등 다양한 사업에 몰두해 왔다. 새로운 추억을 선사하기 위한 행보처럼 보여 그의 별세가 더욱 뼈아프다.

그런 가운데 MZ는 나름의 추모 방식을 개발해낸듯 하다. 넥슨의 첫 번째 게임이자 세계 최초로 서비스한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나라’ 에서는 지난 1일 저녁 게임 속 부여성 남쪽 흉가 앞에 모여 채팅창에 “게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즐거웠다. 추억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랜선으로 전해진 마음이 그에게 가 닿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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