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우크라 원전 집중 공격...되살아난 '핵 재앙' 공포

입력 2022-03-04 14:46수정 2022-03-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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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는 원전 외부 건물에서 발생...원자로 자체 피해 현재는 없어
러시아 공격 이어지고 있어 우려 여전
원전 피해 저지 위한 시민들 몸부림도
젤렌스키 “우크라 15개 원자로 중 1개라도 폭발 시 유럽은 끝”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원전 인근에서 화염이 치솟는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응급서비스국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의 원전단지 외부 '교육훈련 빌딩'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원전의 핵심 장비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 공격을 퍼붓고 있는 러시아가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지역을 타깃으로 집중 공격을 하고 있다. 공격으로 인해 원전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화재로 인한 원전 핵심 장비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군이 공격을 중단하지 않고 있어 원전 피해 가능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잇따른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에 있는 원전 단지에 화재가 발생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사방에서 공격하고 있다”면서 “이미 화재가 발생한 상태이며 폭발하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보다 피해가 10배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즉시 공격을 멈추고 소방관이 화재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안전 구역을 조성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원전이 있는 에네르호다르시 당국도 화재 발생 사실을 확인하며,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어 화재 현장에 소방관이 진입하지 못해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도 현재 원전에 대한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가응급서비스국(SES)에 따르면 화재는 원전 단지 외부 교육훈련 건물에서 시작됐다. SES는 텔레그램에 성명을 내고 “이날 오전 5시 20분께 소방대원 구조대가 자포리자 원전 화재에 대응했다”면서 “현재 약 40명의 소방관과 10대의 소방차가 투입돼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당국은 현재까지는 이 지역 방사능 수치가 정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불이 난 지역의 화재 진압 작업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자포리자 원전의 안드리이 투스 대변인은 현재로써는 심각한 원전 피해는 없다면서도 소방대가 포격을 받을 수 있어 사고 장소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미사일 등을 통해 이 일대를 이틀째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도 전날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현지 시민들이 나서서 모래주머니와 폐차, 트럭 등을 동원해 러시아군의 원전 진입을 막고 있다. 데일리메일

러시아군의 공격이 계속되자 원전 피해를 막기 위한 일반 시민들의 필사의 몸부림도 이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원전 피해를 막기 위해 현지 시민 2명이 러시아군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원전으로 향하는 경로에 트럭과 타이어 더미를 쌓았다. 소셜미디어에 업로드된 영상을 보면 러시아 진입을 막기 위해 폐차와 모래주머니로 1km가량의 긴 띠가 만들어져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기도 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 단지는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단지로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의 20% 정도를 생산한다. 단일 단지로는 유럽 최대 규모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격이 이어져 원자로가 영향을 받아, 냉각시스템이 정상작동을 하지 않을 경우다. 이렇게 된다면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우크라이나 원전 지역 인근 30km 안전지대 선포를 요청한 상태다. 이날 원전 화재 소식을 접한 IAEA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와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면서 비상센터를 24시간 정면 대응 모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미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전을 공격해 점거에 들어간 상태다. 체르노빌은 소련시대인 1986년 폭발 사고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비산돼 막대한 피해를 일으켰다.

유럽 최대 원전 화재 소식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자포리자 원자로 격납 장치와 냉각 시스템이 파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보다 더 큰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영상 연설을 통해 자포리자 원전 화재와 관련해 러시아군의 공격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페이스북에 “러시아군 지휘부는 생각을 바꿔라”면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상황을 만들지 마라. 방사능은 국적과 상관없이 누구도 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볼도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피해를 입은 자포리자 원전에서의 방사능 수치가 현재는 정상이지만 상황은 유동적이며 소방관들이 불길과 계속 싸우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는 15개의 원자로가 있다. 그중 하나라도 터지면 모든 사람은 끝이고, 유럽도 끝이다. 러시아군은 핵 재앙이 되기 전에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도한 행동은 유럽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백악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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