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ㆍ우리은행 현지 법인 운영… "스위프트 퇴출 은행 확정되면 구체적 대책 마련"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 가운데 하나와 우리는 현재 국제적 경제·금융 제재의 대상이 된 러시아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국제결제망인 스위프트에서 퇴출하면서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내 기업·개인의 국제 송금이 차단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위프트 배제 대상 은행이 확정되면 러시아와의 거래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스위프트는 1973년 유럽과 북미의 주요 은행들이 가맹한 민간 국제은행 간 통신협정으로, 달러로 국제 금융거래를 할 때 필요한 글로벌 결제 시스템이다.
스위프트에서 분리될 경우 러시아 금융기관은 200개국의 1만1000개 금융기관에서 달러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국책은행을 비롯해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은행들도 가입해 있다.
아직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는 은행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신용장 개설이 차단되는 등 대금결제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회사들도 신용위험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전체 금융회사의 러시아 관련 신용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14억7000만 달러(약 1조7706억 원)다. 전체 금융회사 대외 익스포저에서 0.4% 정도 차지한다.
신용위험노출액은 대출이나 유가증권, 통화스와프 상품 등이 러시아의 경제·사회적 변화로 인해 얼마나 손해를 입을지 산출한 금액이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외국으로부터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150여 개사에 이른다.
러시아에 현지 법인을 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신용위험노출액 규모가 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은행은 2960억 원, 우리은행은 2664억 원이다.
두 은행은 "아직 스위프트 퇴출대상 은행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추가적인 제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대상은행이 발표되고 금융당국의 대응안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구체적인 대응책이 수립되기 때문에 이에 맞춰 고객 피해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대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반'을 꾸리고 현지 기업들과 핫라인 통해 상황을 면밀히 점검 중이다. 또 대사관, 한국 주재기업들 및 타 금융기관들과 지속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시장 상황에서 따른 영업 및 재무 현황과 루블 변동성에 따른 영향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위기 상황 발생 시 국외영업점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는 은행 리스트 확정 여부를 들여다보면서 우리 수출입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선 원화결제를 대체결제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2012년 이란이 스위프트 제재 등으로 달러화 결제가 막혔을 때 이란 중앙은행이 국내은행에 원화결제 계좌를 만들어 거래를 진행했다"면서 "하지만, 결국 미국 트럼프 정부가 원화 결제까지 가로막았던 만큼, 이번에 이 방법을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