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조기 긴축 움직임 속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코스피의 외국인 이탈이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14일까지 2조 원 가까이 담으며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지난달 말 2600선 초반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탔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자 외국인은 이번 주에만 약 6551억 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코스피는 2700선 언저리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8477억 원에 달하는 개인 매수세가 지수 하방을 떠받치는 양상이다.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전 세계의 금융 여건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함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신흥국 이탈도 빨라질 공산이 크다.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은 에너지와 곡물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따른 국내 수출 기업의 이익 감소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러시아 제재로 수출 기업의 매출 감소가 즉각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자동차, 기계, 화학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의 이중고 앞에서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증시 급락, 달러 강세 등으로 미국의 금융 여건이 악화하는 동시에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질 경우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히려 더욱 공격적인 긴축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봤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긴장 확대는 에너지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 확대,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