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에 지친 미국인들, 각자도생 나서…마이크로그리드·백업 발전기 등 관련 시장 급성장

입력 2022-02-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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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그리드 시장, 2010~19년 7배 이상 성장
백업 발전기 설치 미국 가구 수, 20년 만에 10배 증가
텍사스주 정전·캘리포니아 산불 등으로 가정용 태양광도 각광

▲미국 뉴욕 라과르디아공항의 터미널B 창고 옥상에서 지난해 11월 9일 근로자들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뉴욕/AP뉴시스
잦은 정전에 지친 미국인들이 각자도생에 나섰다. 미국 전력망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점점 더 많은 기업과 주택 소유주가 정전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자체 전력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소규모 독립 전력망으로 기업이나 가정에서 정전 중에도 자체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은 2010~19년 사이 7배 이상 성장했다고 에디슨일렉트릭인스티튜트가 밝혔다.

백업 발전기 공급업체 제네락홀딩스에 따르면 20년 전 집값이 15만 달러(약 1억7900만 원) 이상인 미국 주택의 약 0.57%에만 백업 발전기가 설치됐다. 주로 허리케인 피해를 많이 받는 해안가 주택에만 이런 발전기들이 설치됐다. 그러나 이제 그 비율은 10배 증가한 5.75%에 달한다.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설리반의 루크레시아 고메즈 리서치 이사는 “북미에서 지난해 공급된 백업 발전기는 14만3000대 이상으로 2015년의 13만8778대에서 늘었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에도 증가세가 유지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용 태양광 시장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2월 겨울 폭풍으로 텍사스주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나고 나서 가정용 태양광 업체 선런(Sunrun)의 웹사이트는 트래픽이 350% 폭증했다. 선런은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빈번하게 산불이 일어나고 PG&E 등 전력업체들의 전력망 가동이 종종 중단되면서 배터리 저장장치와 함께 공급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 미국 대규모 재난 사망자 수 추이. 단위 명 / 오른쪽: 피해액 추이. 단위 10억 달러.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특히 많은 기업이 백업 전력망을 경영에 필수적인 설비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미시간주에서 헝그리호위피자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스티브 피터슨은 “2003년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에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을 때 백업 전력망의 가치를 깨달았다”며 “우리는 그 전에 미리 백업 전력망을 구축했는데 정전 사태가 발생하자 많은 사람이 따뜻한 식사를 찾아 우리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마치 콘서트 티켓을 사려는 것처럼 사람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피터슨은 미시간주 매장을 정전 사태 당시의 4곳에서 15곳으로 늘렸으며 모두 백업 전력망을 구축했다.

새 자체 발전시스템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장 한 곳당 약 2만5000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피터슨은 “매년 7~8차례 일어나는 정전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밤에 안심하고 잘 수 있다”고 만족했다.

정전에 대비하는 것이 자체 전력망 구축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일부 기업은 지속 가능성 목표를 달성하고자 공장과 사무실 등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자체 전력망을 구축하고 있다. 가전업체 월풀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오하이오주 식기 세척기 공장 근처에 풍력 터빈을 설치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비용이 많이 저렴해진 이점도 누리고 있다. 월풀 측은 “풍력 터빈이 공장에 모든 전력을 공급하지는 않지만, 그 가격은 20년 동안 고정됐다”며 “우리는 단순히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설치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저렴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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