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상자산 업계의 대표적 리스크로 꼽혀왔던 게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상자산 관련 권고안과 지침을 반영해 가상자산 사업자(VASP)의 신고 및 등록을 관리하는 내용이 골자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됐고, 정보 보안 경영시스템(ISMS) 인증과 실명계좌를 확보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은 특금법이 기회 요인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심사 과정에서 다양한 리스크들이 노출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업계의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래소가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었던 만큼, 금융 시장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일 수 있었다 회상했다.
허백영 빗썸 대표는 "지난해 9월 적용된 특금법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기회요인이자, 위험요인이 됐다"라며 "당사 입장에선 더 안전하고 투명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판이 됐기에 기회요인에 가깝다"라고 밝혔다.
빗썸의 경우 △기존 금융권 출신의 준법감시인 선임 △가상자산업계 첫 준법경영 국제표준 획득 등을 추진하며 관련 서비스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고객의 안전한 거래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4시간 운영되는 통합고객센터를 신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금법의 일부 규정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허 대표는 "원화마켓 신고를 위한 전제 조건 ‘실명계좌 발급’은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에 커다란 벽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거래소의 폭이 넓어야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도 "작년 특금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사회적 양지로 올라섰고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라며 "이제 제도권에 들어온 만큼 업권법을 통해 시장 질서 확립에 필요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현재 국회에는 21건의 가상자산 업권법이 발의된 상태다. 특금법이 가상자산 업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자금세탁 방지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업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서다. 공시, 불공정거래,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차 대표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련 공약과 입법들이 나오는 등 산업 진흥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이 긍정적인 신호"라며 "거래소는 이럴 때일수록 시스템 안정화, 보안 강화 등 투자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의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업자의 노력과 더불어 '이용자 보호'와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운영) 대표는 "디지털 자산은 종류도 다 다르고, 종류에 따라 다른 장려책/규제책이 있어야 하는데 법적 정의부터 추상적"이라며 "여러 이유 때문에 자본시장처럼 규제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오세진 코빗 대표 또한 "올해 업권법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있는 시기에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합리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