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제조기업 급증, 선제적 구조조정 급하다

입력 2022-0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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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대출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제조기업이 최근 10년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기준으로 국내 제조업체 10곳 중 3곳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는 이자보상배율 100% 미만인 부실징후 기업으로 파악됐다.

산업연구원이 17일 발표한 ‘산업과 기업의 부실징후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다. 연구원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인 경우를 부실징후 기업으로, 그 이상인 곳을 양호기업으로 분류해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제조업의 외부감사기업 가운데 부실징후 기업들이 차지한 비중이 2010년 17.3%에서 2020년 32.8%로, 상장사는 같은 기간 22.6%에서 39.4%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기업경기가 다소 나아졌지만, 3분기 기준 상장사의 부실징후 기업 비중이 39.1%로 개선정도는 미미했다. 특히 상장사에서 영업이익 적자기업 비중이 2010년 10.3%에서 2020년 25.5%로 크게 늘었다.

연구원은 제조업 내에서 내수와 수출 중 어느 한쪽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업종을 부실징후산업군으로 분류한 결과, 이 산업군의 실질생산액이 제조업 전체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0년 29.1%에서 2020년 76.8%로 크게 확대됐다. 대부분의 제조기업이 지난 10년 동안 부실징후 산업군으로 밀려났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은 기업의 구조조정 압력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의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지원과 함께, 부실 위험이 큰 기업의 선제적 개편을 강조했다.

앞으로의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이 최대 리스크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뚜렷해졌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방향이 불가피하다.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되면서 신용리스크가 커지고, 부실기업 도산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제 전반과 일자리에 심대한 충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초저금리 금융환경과 대규모 정책자금 공급으로 퇴출되어야 할 부실기업들까지 억지로 연명해 온 측면도 작지 않다. 중소기업의 경우, 금융당국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시행해 온 대출만기 연장과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도 3월에는 끝날 가능성이 높다. 부실징후가 큰 기업들에 최대 위기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경쟁력 있는 기업은 반드시 지원하고 살려야 하지만, 무작정 부실기업까지 버티도록 해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의 적기(適期)를 놓치면 또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야 하고 국가자원의 낭비만 키우게 된다. 늦기 전에 질서 있는 산업·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서두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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