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우리에겐 너무 비싼 배달료

입력 2022-0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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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배달비 2000원입니다.”

무릇 배달이라 하면 짜장면 한 그릇만 시켜도 그냥 제공되던 ‘무료 서비스’였건만, 배달에 비용을 지불한다고? 3~4년 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눌렀다가 낯선 공지 사항과 마주했을 때 소비자들은 당황했다.

소비자들이 당황하는 사이 배달료는 배달 팁으로 바뀌었고, 어느 순간 소비자들은 배달료를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하지만 적정 배달료에 대한 논란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적정 배달료는 과연 어느 정도 선일까. 사실 이 문제를 논하기는 쉽지 않다. 사용자와 공급자 간 인식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 미래행정혁신연구실은 ‘배송·배달 서비스 관련 국민인식조사’를 통해 지불할 의향이 있는 배달료 최대 금액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1000원 이상 1500원 미만’이 23.2%로 가장 많았고, ‘1500원 이상 2000원 미만’이 22.3%로 뒤를 이었다. 이어 2500∼3000원 13.8%, 1000원 미만 13.2%, 2000∼2500원 11.6%, 지불 의향 없음 10.6% 등의 순이었다. 국민의 70%가량이 배달료 적정가로 2000원 미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기본 배달료는 평균 3000~3500원 선이다. 수도권의 경우 1000~1500원이 더 비싸다고 한다. 여기에 날씨나 거리, 공휴일, 야간 등 여러 할증이 붙으면 배달비는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소비자들은 음식 시켜 먹기가 겁날 정도라는데 배달기사들은 이마저도 싸다고 말한다.

이는 소비자들과 배달기사 간 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배달기사들을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라고 비아냥대고, 배달기사들은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서운함을 드러낸다. 여기에 높은 배달료 부담을 소비자와 함께 떠안은 자영업자들도 가세해 “먹고 살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온통 문제투성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선, 그간 ‘적정 배달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비스의 가격은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개입으로 시장 왜곡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실제 최근 배달료 급등만 하더라도 배달원 부족이 원인이 됐지만, 그 배경에는 대형 배달 플랫폼 업체의 뺏고 빼앗기는 싸움이 자리하고 있다.

대형 플랫폼 업체들이 내세운 ‘단건배달’ 정책이 배달원 부족 현상을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중소 대행업체들이 배달원 이탈을 막기 위해 기본배달료를 경쟁적으로 인상하면서 전반적으로 배달료가 인상되는 ‘나비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뒤늦게 정부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다음 달부터 배달 수수료 현황을 조사해 소비자단체협의회 홈페이지와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공개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올라 버린 배달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다소 약하다. 시장 왜곡의 원인이 된 플랫폼 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자성도 필요하다. 최근 과도한 배달료 인상에 소비자들의 ‘배달 음식 끊기’ 다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배달시장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코로나 사태가 끝난 뒤에도 과연 배달 시장이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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