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마진 높은 해외 판매에 집중한 덕
전체 판매 증가해도 국내 판매는 7.7% 수준↓
고급차 중심의 '공급 우선순위' 정하고 체계화
현대자동차는 지난해에도 지속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효율적으로 극복했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잇따라 확산하면서 주요 공급망,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했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대응해 위기를 극복하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25일 '2021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 장기화 국면의 반도체 수급 이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 영향으로 앞서 3분기에 제시했던 목표치는 소폭 밑돌았다”면서도 “제네시스와 SUV 판매 증가에 따른 믹스 개선 및 인센티브 축소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부문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은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작년 판매(389만1000대)는 2020년(374만5000대) 대비 3.9% 수준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매출은 13.1%, 영업이익은 무려 178.9%나 증가했다.
실제로 작년 매출(117조6110억 원)은 창사 이후 최대치. 영업이익(6조6790억 원) 역시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결은 크게 △고급차(제네시스) 판매 확대 △SUV 라인업 증가 △친환경차 수출 △신차 효과 등으로 점철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이윤이 높은 해외시장에 집중한 것도 주효했다.
먼저 세단 일색이었던 제네시스 라인업이 GV80과 GV70ㆍGV60 등 SUV로 확대했다. 이 가운데 GV80은 본격적으로 SUV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하며 호평을 받았다.
2020년 전체 판매(374만5000대) 가운데 3.4%였던 제네시스 판매는 지난해 전체 판매(389만1000대) 가운데 5.1%를 차지했다. 제네시스 G80 1대를 팔았을 때 챙길 수 있는 영업이익이 중형세단 쏘나타의 4~5배에 달한다.
둘째, 세단보다 다양해진 SUV들이 수익에 힘을 보탰다. 현재 현대차 승용 라인업은 △아반떼와 △쏘나타 △그랜저 등 3가지다. 그나마 그랜저는 내수 전용 모델이다.
이와 달리 SUV는 △경차(캐스퍼)부터 △소형(베뉴 및 코나) △준중형(투싼) △중형(싼타페) △대형(팰리세이드) 등으로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비싸 이윤을 크게 챙길 수 있다.
셋째, 첫 전용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다양한 친환경차 판매가 급증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충전식(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하이브리드 판매가 전체 친환경차 판매를 주도했다.
넷째, 2019~2020년 사이에 쏟아진 신차 효과가 주효했다. 자동차는 모델별로 짧게는 5년, 길게는 7~10년마다 완전변경 새 모델을 내놓는다. 2019년 이후 2년 동안 현대차의 주요 모델이 잇따라 이 주기에 맞춰 신차로 등장했다. 2000년대 이후 세 번째 맞는 이른바 ‘신차 슈퍼 사이클’이다.
신차는 이름 그대로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차들은 세계 시장에서 △모델 노후화 △판매 감소 △이를 만회하기 위한 인센티브(판매 성과보수) 확대 등으로 버텼다. 차는 덜 팔리는데 할인 폭을 확대해야 하는 절박함에 빠진 셈이다.
반대로 현대차는 신차를 앞세워 판매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할인 폭도 작아 영업이익에 보탬이 됐다.
전반적으로 차 판매가 소폭 증가했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의 컸던 이유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먼저 상대적으로 판매마진이 높은 미국과 유럽 시장 수출과 현지 판매에 주력했다. 모자란 반도체를 해외 현지공장으로 보내 원활한 생산을 도왔다. 미국과 유럽의 작년 자동차 시장이 각각 3.4%와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속에서 현대차 판매(소매 기준)는 미국이 21.8%, 유럽이 25.7% 전년 대비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국내 판매는 전년 대비 7.7% 감소했다. 차의 인기가 덜했거나 제품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일부 현대차 인기 모델의 경우 ‘계약에서 출고까지 1년’이 걸리기도 한다. 현대차가 내수보다 마진율이 높은 해외판매에 집중하면서 내수용 생산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모자란 반도체도 수출형 모델에 먼저 배정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른바 ‘돈이 되는 차’를 먼저 생산해 판매하겠다는 뜻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컨콜을 통해 “생산 유연성 확보를 위해 주력 차종에 부품을 우선 공급하는 등 부품 공급난을 효율적으로 만회할 것”이라며 “고부가 차종 중심의 공급 우선순위 체계화해 수익성 제고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