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쇼크 ]①긴축·금리상승·인플레이션의 습격, 전문가들 “리스크 관리해야”

입력 2022-01-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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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33) 씨는 요즘 속이 탄단다. 올해 초 증권사에서 2000만 원을 빌려(신용융자) 삼성전자에 투자한 그는 “1000만 원가량 투자했다가 300만 원 수익을 본 뒤 (빚을 내서) 투자금을 총 3000만 원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소식과 공급 인플레이션 우려가 등장하면서 ‘깡통’을 찰까 걱정이다. 지난 2017년 11월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했던 경험 때문이다. 이자 부담은 속 편한 걱정이다. 증권사로부터 반대매매(시세 급락에 따른 강제 주식처분)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이 씨는 고심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어디로 향할까.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를 ‘변동성’이란 한 단어로 요약했다. 글로벌 긴축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 세계 경기의 방향, 개인과 기관(외국인) 사이의 줄다리기에 따른 수급 상황이 주가를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1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美 금리·인플레이션·헝다 3중고, ‘자산버블·머니무브’걱정=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긴축 전환에 이어 ‘속도내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준의 관심사가 ‘물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 상원 청문회 자리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금리를 예상보다 더 인상하겠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점차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파고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도 시장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1월 1.4%로 출발해 5월 5%대, 10월 6%대로 올라선 후 지난달 7%까지 치솟았다. 최근 들어 코로나19의 재유행세로 인해 공급망 차질로 촉발된 물가 압력이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향후 2~3개월 간 계속 우상향하는 구간이라면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에 따른 통화정책 구체화 여부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 있다”며 “당초 예상과 달리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선진국 가계의 이동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가격 과열로 인한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과열도 리스크로 꼽힌다. 저금리 시대를 오랜기간 유지하면서 쌓아올린 자산시장의 유동성이 금리 인상 전환기를 맞아 다시 원위치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투자 대기 자금과 주식·코인·부동산 시장에 흘러갔던 돈이 회수되는 ‘역머니무브’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S&P500과 나스닥 시가총액 비중 추이를 보면 지난해부터 다소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연초 들어 나스닥 지수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과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300조원이 넘는 부채로 디폴트 상태가 된 중국의 헝다(에버그란데) 사태도 여전한 리스크다. 중국 정부의 대출 옥죄기로 촉발된 부동산 위기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일반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는 등 줄도산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산업이 중국 GDP의 30%를 치지하고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대거 투자한 만큼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클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빚투’개미, 불나방 되나=주춤했던 개미 투자자들의 ‘빚투’는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가 가까워오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3조56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 12억2413만 원, 코스닥 11억3223만 원이다. 지난달 6일 22조4947억 원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5664억 원(2.4%) 늘어난 규모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금액을 말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개미 투자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개미 투자자들의 빚투 증가와 달리 코스피 지수는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인플레이션·헝다 3중고로 인한 미 증시 약세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LG에너지솔루션 IPO로 인한 수급 이슈도 대두되면서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80조 원의 증거금이 유입됐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을 전후로 35조 원 가량의 증시 자금이 일시 감소했다”며 “LG에너지솔루션 상장건은 증거금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되기에 수급 공백 영향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락장일 경우 빚투가 반대매매 등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가 하락으로 신용거래 담보금 유지 비율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개미투자자들의 반대매매 위험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4.9%로 집계됐다. 위탁매매 미수금(2832억3900만 원)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146억7800만 원으로 지난달 31일(79억1700만 원) 대비 85.39% 증가했다.

◇첫째도 둘째도 ‘리스크’관리=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장세에서는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와 긴축 기조 전환으로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진 만큼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일제히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회색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면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상황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시장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올해 가장 역점은 잠재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감독”이라고 전했다.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추이와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어느정도 판가름 나는 시기부터 상승과 하락 여부를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트리플 긴축 리스크가 잠자고 있던 회색 코뿔소를 깨우고 있다”며 “가장 큰 변수인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1월 말 또는 2월 초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경우 공급망 차질 완화로 물가가 1분기 중 정점을 통과하고 경기 모멘텀 역시 살아난다면 리스크도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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