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새 1%P 가까이 올라
'월세 낀 거래' 비중 최대 42%
대출 규제·전셋값 급등에
'전세의 월세화' 현상 가속
(서울거주 30대 신혼부부 A 씨)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들이 자고 나면 오르는 대출 금리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세대출 금리가 1%포인트(P) 이상 치솟으면서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수십만 원씩 올라서다. 다른 전셋집으로 옮기려 해도 기존에 계약을 맺었던 2~3년 전보다 전셋값이 폭등해 저렴한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치솟은 전세보증금과 이자 부담을 못 이겨 월세를 택하는 추세도 강해지고 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선 공인중개업소에는 신규 전세수요 문의가 많이 줄었다. 계절적으로 이사 비수기인 탓도 있지만,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급등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 수요가 줄었다는 것.
서울 송파구 오금동 C공인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전셋값이 많이 올라도 전세대출로 메꿔 계약됐는데 올해는 대출이 막혀서 그런지 급매로 가격을 낮춘 매물 말고는 전세 계약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은 크게 늘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의 기준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치솟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는 1.69%로 전월 대비 0.14%P 상승했다. 이는 2019년 6월(1.78%)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코픽스가 오르자 시중은행은 18일부터 일제히 전세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올렸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이날 기준 3.47~4.87%(신규 취급액 기준)로 집계됐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 말 2.59~3.99%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1%P 가량 치솟은 셈이다.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25%P를 인상한 만큼 조만간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부동산커뮤니티에선 전세자금대출 금리 부담에 대한 고민이 줄을 이었다. 한 세입자는 “7월 전세 만기인데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1억 원을 올리던지 월세로 35만 원을 더 내라고 한다”며 “예전 같으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올리겠지만, 금리가 계속 오를 것 같아 월세를 택하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세입자에게 불리한 자금조달 상황이 계속되는 데다 집주인들마저 ‘월세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시장에선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37.2%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28.1%와 2020년 31.1%에 이어 2년 연속 상승한 수치다. 특히 지난달에는 임대차 계약 중 월세를 포함한 거래 비중이 42%까지 치솟았다. 전세자금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임대차3법 영향으로 전셋값이 급등하자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한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계속 올라 월세보다 불리한 시점이 오면 세입자가 굳이 전세를 택할 이유가 없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선진국 가운데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 제도 자체가 소멸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