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온라인 플랫폼의 ‘최저가 보장’

입력 2022-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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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익 공정거래위원회 경제분석과장

재작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요기요가 음식점들에게 다른 곳에서 자신의 앱보다 더 싸게 팔아서는 안 된다고 강요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편 얼마 전 어느 대형마트에서 경쟁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이 더 싸게 팔면 그 차액만큼 자신의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대형마트의 최저가 보장 행사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조사 중이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두 사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요기요에서 판매되는 음식들은 음식점 소유의 제품이고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대형마트 소유라는 점이다. 대형마트는 내 물건 가격을 내가 정한 것인데 비해, 요기요 사례에서는 요기요가 남의 물건 가격에 참견한 셈이다. 그런데 남이 파는 가격에 대해 참견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의외로 가격 참견이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호텔들의 가격, 위치, 부대시설, 날짜별 이용가능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종합해 제공하는 호텔예약플랫폼을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런 플랫폼이 없으면 숙박객들은 지도에서 호텔들을 찾아보고 각 호텔들의 공식홈페이지를 일일이 방문해 해당 정보들을 검색·비교해야 한다. 호텔예약플랫폼은 숙박객들의 탐색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상당한 효용을 제공하는 것이다.

A호텔의 입장에서는 숙박객들이 호텔예약플랫폼에서 정보를 습득한 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숙박 예약을 진행하면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만약 수수료가 만원이라면 호텔예약플랫폼에 걸어둔 요금보다 수천원은 더 싸게 자신의 홈페이지에 걸어둘 유인이 있다. 그러면 숙박객들은 호텔예약플랫폼에서 다양한 숙박정보들을 살펴본 후 A호텔 홈페이지에서 결제하게 될 것이다. 해당 호텔예약플랫폼은 상당한 비용을 들여 숙박객들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했는데 그 과실은 A호텔이 노력 없이 얻게 된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호텔예약플랫폼 사업은 모두 사라지게 되고, 숙박객들도 편리한 정보 접근 통로를 잃게 된다. 호텔예약플랫폼이 호텔들에게 호텔 공식홈페이지 요금보다는 더 싸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좋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호텔예약플랫폼이 호텔들에게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내 플랫폼보다 싸게 팔지 못하게 하는 것도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플랫폼들이 너도 나도 이런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니, 결국 모든 곳에서 같은 가격을 받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이 달리 옮겨 갈 곳이 없으므로 경쟁이 느슨해지고 가격이 충분한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담합도 더 쉽게 발생한다. 더 싼 가격으로 경쟁하려는 사업자들의 진입도 저지된다. 비단 배달앱이나 호텔예약플랫폼뿐만 아니라 아웃렛이나 온라인 오픈마켓처럼 입점업체 방식으로 운영되는 유통업체들은 입점업체에게 자신의 유통망에서 최저가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싶을 수 있다. 이를 통상분야 용어인 최혜국대우에 빗대어 최혜소비자대우라고 하는데, 첫 번째 사례처럼 해당 사업자의 공식홈페이지 판매가격만 강제하는 것을 좁은 의미의 최혜소비자대우, 두 번째 사례처럼 모든 곳에서 싸게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을 넓은 의미의 최혜소비자대우라고 한다.

상당수 유럽의 경쟁당국들이 넓은 의미의 최혜국대우 요구를 경쟁법 위반으로 판단한 바 있고, 공정위의 요기요 판단도 같은 맥락이었다. 반면 좁은 의미의 최혜국대우 조항은 그때 그때 판단이 달라지고 있다. 가격경쟁을 저해하는 즉각적인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앞서 설명한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친경쟁적인 효과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기업활동의 한 측면만 보고 규제할 경우 과잉규제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실증분석과 같은 합리적 접근이 더욱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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