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의 사망자와 5명의 실종자를 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콘크리트 부실시공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공사 속도에 따른 부실시공 가능성을 지적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2주가량 양생(굳힘)을 거쳐야 하는데 일주일에 1개 층씩 올렸다는 것은 양생이 불량하게 진행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본격 시행되면 결국 건설사가 처벌 1호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중대재해 사망사고 사례만 보더라도 건설업종이 절반을 넘는다. 16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로 사망한 총 2708명 중 건설업이 50.6%(1371명)에 달했다. 기타업종이 713명(26.3%), 제조업이 624명(23.0%) 순이다.
건설업은 업종 상 추락·끼임 사고 등 사망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철저한 예방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처벌 1호는 건설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9위의 대형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붕괴 사고를 겪은 지 7개월 만에 또다시 비슷한 사고를 냈다는 점도 건설사의 심각한 안전불감증 문제를 대변한다. HDC현산은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함께 책임자 처벌, 영업정지 등 중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이은 사고로 인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주 자신의 거취 문제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건설사의 원청→하청→재하청 구조로 이뤄진 국내 건설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이런 인재는 거듭될 것이라고 말한다. 불법 하도급이 성행하면 애초 정한 예산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결국 현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부실시공이나 안전조치를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하게 되고, 심각한 중대재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건설업의 중대재해는 다른 업종에 비해 인명피해가 더 크다는 점 역시 건설사의 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1994년 10월 서울 한강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32명의 사망자와 17명의 부상자를 냈다. 이듬해인 1995년 6월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실종자 6명 등 단일사고 역대 최대 규모의 인명피해를 기록한 바 있다. 사고가 난 후 보상 과정에서 회사가 쓰러지는 것보다는 사고 예방에 더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건설사들이 모두 긴장하고 있다"며 "처벌 1호가 돼 불똥이 튀는 일이 없도록 내부에서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재점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