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자동차 제조사, 전동화ㆍ미래 모빌리티에 집중…신생 기업ㆍ전자 업계, 모빌리티 제품 전시
올해 ‘CES 2022’에서는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계는 전동화와 미래 모빌리티에 집중했다. 신생 기업이나 전자 업계가 모빌리티 제품을 전시하는 예도 나왔다.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 중인 ‘CES 2022’에서는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이 관람객을 맞았다. 개막 이틀째, 모빌리티 기술과 제품의 변화상을 관람하려는 인파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번 CES에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는 전시 부스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대신 온라인 발표를 통해 전기차 비전과 제품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 이외에 부스를 꾸린 대형 완성차 제조사는 스텔란티스가 유일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ㆍ시트로엥(PSA)이 합병해 탄생한 세계 4위 규모 자동차 회사다.
스텔란티스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기술을 선보였다.
먼저, 크라이슬러 에어 플로(Airflow) 콘셉트카와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의 도약 계획을 발표했다.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미래 모습이 담긴 에어 플로 콘셉트카는 350~400마일(약 560~640㎞)의 주행 거리 와 고속충전 기능을 갖췄다.
시트로엥의 초소형 전기 모빌리티 ‘에이미(Ami)’도 눈길을 끌었다. 차 길이가 2m 41㎝에 불과한 에이미는 운전과 주차가 쉽고 도심 내 배기가스 배출이 제한된 지역 어느 곳이든 이동할 수 있다.
3시간 만에 완충할 수 있고, 1회 충전 시 70㎞까지 주행 가능한 배터리를 얹었다. 소형 물류 모빌리티로 이용 가능성이 크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카 ‘엠비전 팝(M.Vision POP)’과 ‘엠비전 투고(M.Vision 2GO)’ 2종을 선보이며 자동차 부품사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떨쳐냈다.
두 모델은 ‘e-코너 모듈’ 기술을 갖춰 차량 바퀴를 180도 회전하고, '게걸음(크랩 주행)'도 가능하다. 길이 좁은 도심에서도 편리하게 평행주차나 회전을 돕는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이날 시연한 엠비전 투고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엠비전 투고가 바퀴를 90도 돌려 ‘게걸음’ 할 때는 관객 사이에서 “멋지다. 기발하다”라는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엠비전 팝’도 주목받았다. 직접 운전석에 올라 좌우 이동형 운전대를 움직여보고,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내부 디스플레이의 사진을 찍는 등 호기심을 표하는 관람객이 많았다.
신생 자동차 제조사가 완전한 전동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베트남 ‘빈패스트(VinFast)’는 CES에서 자사의 전기차 5종을 공개했다. 동시에 내년 말까지 독일 BMW 기술을 들여와 생산했던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100% 전기차 회사가 될 것이라 밝혔다.
빈패스트의 전기차 제품군은 전체가 SUV로 구성됐다. 세부 모델은 VF5, VF6, VF7, VF8, VF9 다섯 가지다. 이 가운데 중형급 VF 8과 대형급 VF 9는 올해 말 인도 예정이다.
과감한 전동화를 선언한 빈패스트에도 관람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미국 시장에도 출시된 ‘VF 8’과 ‘VF 9’의 디자인, 제원을 꼼꼼히 살펴봤다.
일본 전자업체 소니는 전시관 중앙에 전기차 두 대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 관람객은 소니 부스를 보며 일행에게 “소니에 왜 전기차가 있어?”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소니가 공개한 전기차는 세단 ‘비전-S1’과 SUV ‘비전-S2’다. ‘비전-S1’은 2020년 CES에서 공개됐고, ‘비전-S2’는 이번에 새로 선보였다. 소니가 만든 전기차는 멀끔한 인상만큼이나 실내가 인상적이다. 실내 센터페시아에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 2개를 수평으로 배치했다. 사이드미러도 없애도 카메라 기반의 화면으로 바꿨다.
이 차는 소니의 고감도 센서, 라이다 센서 등을 대거 적용해 인식 능력을 높였고, 개인 맞춤형 이용 환경을 제공한다. 주요 전장 부품은 5G 통신을 지원해 무선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기능도 담았다.
소니는 이 전기차를 구체적으로 언제 출시할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동화 시대를 맞아 소니가 다양한 전기차 부품을 판매하기 위해 콘셉트카를 선보인 것으로 분석 중이다.
소니가 전기차를 앞세워 완성차 시장에 뛰어들 경우, 기존의 제조사는 소니의 성장과 자사의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소니 부품을 '보이콧'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