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건설, 판교 공사현장 사고책임 '네탓' 공방

입력 2009-02-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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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대형 참사로 기록된 판교신도시 SK 케미컬 연구소 축대붕괴 사고를 놓고 연구소 터파기 시공사인 SK건설과 인접 도로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간의 책임 떠넣기기 공방전이 벌어져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8시경 발생한 이번 사건은 판교신도시 삼평동 SK케미컬연구소 터파기 공사현장에서 북쪽 비탈면 흙과 H빔이 붕괴하면서 벌어졌다. 이때문에 구조물 위에 있던 컨테이너 사무실이 22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컨테이너 사무실에 있던 SK건설 작업반장 유광상(58)씨와 이 회사 하청업체 소속 전기담당 이태희(36)씨, 경비원 노동규(66)씨 등 3명이 숨졌다.

또 크레인 기사 전원석(37)씨와 바닥과 H빔 위에서 형틀작업과 배수작업 등을 하던 이동길(60)씨 등 현장 인부 8명이 흙더미에 묻히거나 철구조물에 깔렸다. 이들 매몰자 8명은 다행히 출동한 119 등에 전원 구조됐지만 김연규(50) 씨와 박영진(43) 씨 등 2명은 과다출혈로 중태다.

이번 사고는 얼었던 땅이 최근 이상고온으로 녹은 데다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화돼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도 상수도관 파열로 인한 지반 붕괴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소 시공사인 SK건설과 인접 도로 시공자인 삼성물산이 이번 사고 원인 제공여부를 놓고 서로 책임공방에 들어갔다.

우선 책임 공방 포문을 연 것은 사고 당사자인 SK건설이다. SK건설은 날씨 변화로 인한 지반 약화가 진행됐으며 특히 삼성건설이 시공했던 도로공사 도중 상수도가 파열돼 지반 물러짐이 더욱 심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SK건설 측은 "붕괴된 흙막이벽과 함께 바로 옆 6차선 신설 도로의 폭 3~4m 인도가 15m 가량 무너져 내렸다"며 "삼성 측이 도로를 내면서 1~1.5m 깊이로 매설한 상수도관에서 물이 새 지반이 약화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건설은 이에 대해 궤변이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건설 측은 도로공사는 이미 지난 해 11월 끝난 점을 강조하며, 상수도관은 파열되지 않았고 지반 붕괴 과정에서 설치된 소화전이 터지면서 물이 샌 것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 두 건설사의 책임공방을 놓고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들 업체들의 책임공방이 매몰자들을 구조해내기도 전부터 시작됐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사후 처분이 막중한 인명사망 사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람을 구하기도 전에 책인 떠넘기기부터 먼저 하고 있다며 눈쌀을 찌푸리고 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인명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는 최장 3개월까지 공공공사 수주가 금지된다.

하지만 최근 건설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공공수주에 목숨을 걸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로선 이 같은 '파이'를 놓칠 수가 없는 만큼 책임소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칫하면 공공공사 수주전에 나서는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책임공방을 우선하는 낯뜨거운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공사는 대충하면서도 책임을 면하겠다는 심리가 국내 건설시장을 선도해 나가야할 대형업체로서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인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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