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오이시맨' 중

입력 2009-02-1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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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러브레터’와 연결되는 영화들은 모 아니면 도로 봐야 한다. 잔잔하고 담백한 사랑이야기거나 심심하고 졸립거나 둘 중 하나다. 모를 던지려다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 ‘오이시맨’(감독 김정중·제작 스폰지)은 후자에 위치한다. 일본 홋카이도가 배경인 설원 풍경은 영화 ‘러브레터’를 연상케도 하지만, 포장만 닮았을뿐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나온 이케와키 치즈루란 일본 배우의 등장은 ‘러브레터’ 느낌을 내기 위한 장치로도 보인다.

영화의 대부분이 일본 로케이션 촬영으로 이뤄졌다. ‘일본 여행길에 우연히 만나게 된 남녀가 음악이란 공통분모 속에 담긴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는 대강의 줄거리다. 하얀 눈으로 덮인 적막한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지루함, 또 어떤 이에게는 조용한 안식처로 존재한다.

‘현석’(이민기)은 한때 최고의 록밴드 리드보컬이었지만 음감을 잃어버리면서 동네 노래교실 강사로 전락한 비운의 로커다. 난데없이 찾아온 이명현상 탓에 더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떠난 일본 여행길에서 ‘메구미’(이케와키 치즈루)를 만나게 된다.

메구미는 홋카이도의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술과 담배를 친구로 외롭게 살아가는 메구미는 쓸쓸해 보이는 현석의 벗이 되어 준다. 의사소통은 신통치 않지만, 음악이란 존재는 국경을 초월해 이들 남녀를 잇는다.

현석은 메구미의 형편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준 유일한 손님이다. 맛에 대한 평가를 궁금해하는 메구미를 향해 “오이시”(맛있다)라고 안심시킨다. 영화 제목 ‘오이시맨’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장면은 이것 하나뿐이다.

중간중간 액자형식을 빌려 현석의 과거 사연들이 전달된다. 현석과 재영(정유미)의 만남도 회상을 통해 그려진다. 로커 시절 현석의 팬이었다는 ‘재영’(정유미)은 노래강사가 된 현석을 찾아 그를 응원한다. 재영 역시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상처받은 영혼이다.

이런 일상적인 스토리들이 어울려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된다. 자동차 경적, 도시의 소음에 질려버린 주인공은 하얗고 조용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치유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메구미란 존재 역시 시끄러운 일상과는 대비되는 인물이다.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스크린으로 매개되면서 심오하게 바뀌었다. 아름다운 설원을 배경으로 한껏 멋을 부렸지만, 대중과 통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상업영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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