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국채 매도가 원인
채권 전문가 “내년은 더 까다롭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룸버그바클레이스채권지수는 올해 들어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 4.8%를 기록하고 있다. 해당 지수는 68조 달러(약 8750조 원)에 달하는 전 세계 국채와 회사채를 추종하는 지수다. 지난 40년간 채권시장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해는 손에 꼽을 정도다. 1999년 당시 닷컴버블이 꺼지며 5.2%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국채 매도가 수익률 하락을 이끌었다. 연초 투자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부터 경제 회복을 기대하며 ‘리플레이션(Reflation)’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장기 국채를 대거 매도했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이르지는 않은 상태를 뜻한다.
이어 가을에는 중앙은행들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면서 단기 국채가 타격을 입기도 했다.
지난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6.8% 상승하면서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판단의 주요 참고자료로 쓰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도 지난달 5.7%로 3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인플레이션 충격파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초 0.93%에서 1.49%로 상승했다.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도 0.12%에서 0.65%로 올랐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 시장도 까다로울 것으로 전망한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강세장을 이어가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어세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플레이션율이 6%에 달하면 채권은 좋은 투자처가 아니다”라며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인다면, 내년에는 더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위험등급 채권도 딱히 매력적인 수준의 가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내년 세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3년여 만에 금리를 전격적으로 0.15%포인트 인상했다. 아울러 향후 세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자산매입을 줄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앙은행들의 금리 정상화로 인해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오히려 채권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악사인베스트먼트의 닉 헤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장기물 국채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너무 빠르게 정상화할 경우, 경제 회복에 문제가 생기거나 주식시장 투매로 이어져 채권에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신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