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무릇 첫사랑이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입력 2021-1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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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하 ‘콜미’)은 이문세의 노래 ‘옛사랑’ 정서와 맞닿아 있다. 사랑의 아련함과 치유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 내 맘에 둘 거야 /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콜미’는 전 세계인으로부터 첫사랑 영화의 마스터피스로 추앙받고 있다. 열일곱 살의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와 스물넷 올리브(아미 해머)가 어느 여름에 만나 사랑을 하고 헤어짐을 보여준다. 언뜻 ‘브로크백 마운틴’의 계보를 잇는 퀴어 영화로 보여지나 두 사람을 이성으로 바꾼다 해도 영화의 완성도와 주제의식은 훼손되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 교류, 그 자체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1983년 여름, 이탈리아 남부의 뜨거운 태양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부러웠던 것은 작열하는 태양도, 자유분방한 연애도, 식탁에 차려진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도 아니었다. 열일곱 청년이 하루종일 책을 읽고 사색하고,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랑에 대한 호기심을 맘껏 표현하며 청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청춘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대한 시샘이다.

‘콜미’는 한 청년이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아카데미 각색상에 빛나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폭 넓은 시각과 섬세한 감정으로 온전히 담아내는 천재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백미는 사랑에 실패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에게 던지는 아버지의 위로의 말이다.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온통 떼어낸다면 서른 살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아프기 싫다고 그 감정을 몽땅 버리겠다고? 그건 엄청난 낭비지. 어떻게 살든 너의 마음이지만 이것만은 기억하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 번 주어진단다. 그런데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은 닳아 해지고 몸도 그렇게 돼 버리지. 지금의 슬픔, 그 괴로움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내가 본 영화 중에서 최고의 명대사 중 하나다.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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