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산업계 "깜깜이 중대재해법,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

입력 2021-12-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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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근로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 감식 현장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안전담당이사 있어도 대표이사 처벌
근로자 잘못한 사고 회사 책임 우려
고용노동부 따로 '해설서' 내놨지만
"여전히 모호하다" 현장 혼선 가중
외부법률 조언까지 받으며 대응 고심
건강건진 강화, 채용 문턱도 높아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기업들로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따른 강력한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돕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방안을 쉽게 풀은 해설서를 내놨지만 현장에선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해당 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우선 적용되며, 5~49인 사업장은 준비 부족 등을 고려해 2024년부터 적용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법 적용을 받은 경영 책임자 정의와 경영 책임자가 준수해야 하는 안전보건 조치 의무 내용 등을 가장 많이 궁금해 하고 있다.

고용부의 해설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 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통상 대표이사)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통상 안전담당 이사)으로 규정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안전담당 이사를 별도로 뒀다는 이유만으로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곳이 존재한다. 그러나 해설서는 안전담당 이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 중대산업재해에는 각종 화학물질에 의한 급성중독과 급성중독에 준하는 질병 24개가 포함됐는데 고혈압이나 당뇨,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근로자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질병의 원인이 업무로 인한 것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정부가 산재 사망사고에 처벌을 강화한 것은 매년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고자 노력했지만 여전히 산재 사망사고가 줄지 않아서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해 1~9월 근로자 수는 1922만 8000여 명이고, 사고 재해자 수는 7만 5832명, 사망자 수는 678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재해자 수는 7640명(11.2%), 사망자 수는 18명(2.7%) 늘어난 수치다.

산업계에서는 해설서를 토대로 안전 체계를 점검하거나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등 법 시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혼란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일부 기업에서는 인재 채용 시 건강검진을 강화하고 있다. 자칫 병력이 있는 지원자를 채용했다가 산업재해 논란을 빚으면 최고경영자가 처벌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근로자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까지 회사가 책임지도록 한 점이 가장 부당하다고 강조한다. 그간 경영계는 종사자의 과실이 명백하면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면제하는 규정을 넣어 달라고 요구해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안전체계 구축을 위해 얼마나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지,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불분명한 조항이 많아 로펌 등 외부에 법률 조언을 받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계에서 채용하는 인원을 늘린 만큼 취업 시장에서 자격증이 신설되거나 유휴 인력이 몰리고 있다”며 “안전 문제가 큰 틀에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영역 안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문 인력을 찾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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