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호두까기인형·아기 코끼리 덤보에 인종차별이? 문화예술계가 차별에 대응하는 방법

입력 2021-11-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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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호두까기인형’ 공연. (연합뉴스)

크리스마스하면 생각나는 고전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그런데 독일 베를린국립발레단이 ‘호두까기인형’을 무대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인종차별적 요소가 포함돼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극 중 중국 무용이 나오는 대목으로, 우스꽝스러운 분장이나 과장된 무용이 나오거나, 피부색을 노랗게 분장하는 등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비판받아왔다.

27일(현지 시각) 영국 더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티나 테오발트 베를린국립발레단 예술감독대행은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바탕으로 한 ‘호두까기인형’ 공연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며 “이번 결정은 발레단의 낡고 차별적인 관행을 없애겠다는 약속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발레단은 지난해 6월부터 고전 발레가 현대 기준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왔으며 이에 따라 작품을 수정해 올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문화·예술에 포함된 차별적 요소들

▲디즈니. (뉴시스)

발레 등 무용뿐만 아니라 만화, 영화 등 고전 문화·예술 분야에서 인종차별적 요소로 논란이 된 사례는 베를린국립발레단만의 일이 아니다.

월트 디즈니(디즈니) 역시 자신들의 작품에 담긴 인종차별적 요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디즈니는 자사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아기 코끼리 덤보’, ‘피터 팬’, ‘정글북’ 등 고전 만화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포함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령 ‘아기 코끼리 덤보’에서는 덤보를 도와주는 까마귀 떼가 과장된 흑인 목소리를 갖고 있으며, 그중 한 마리의 이름은 미국 남부에서 인종 간 분리를 합법화한 법의 이름인 ‘짐 크로’다. ‘피터팬’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레드스킨’이라고 부르는 것이 인종차별적 호칭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정글북’에서는 유인원 캐릭터인 ‘킹 루이’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묘사라는 비판이 계속돼왔다.

디즈니는 이같은 내용을 삭제하고 수정하는 대신 이것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디즈니플러스에서 해당 영상을 시청하면 “이 프로그램은 사람이나 문화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학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뜬다. 이어 “이것의 유해한 영향을 인식하고 보다 포용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한 대화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새 작품도 차별 줄이기 위해 노력... 전문가 “당분간 흐름 이어질 것”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이터널스’에 등장하는 히어로들. (연합뉴스)

문화·예술 작품 내에서 차별적 요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작품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마블스튜디오(마블)의 ‘이터널스’가 있다. 마블은 그동안 ‘어벤져스’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백인 남성중심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마블은 이번 이터널스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10명 중 5명을 여성으로 설정하고, 10대의 외모를 가진 ‘스프라이트’와 청각장애인 설정의 ‘마카리’를 등장시켰다. 또한 ‘길가메쉬’는 동양인 배우 마동석으로, 파키스탄계 미국 배우 쿠마일 알리 난지아니를 ‘킨고’로 캐스팅하는 등 다양성을 고려해 작품을 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문화·예술 작품 내에서 차별적 요소를 줄이고,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미투 운동 즈음부터 사회적 약자·타자·소수자들에 대해 차별하면 안 되고, 지금까지의 악습을 철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라며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해왔던 관습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고, 이 과정에서 여러 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회에서 굳어져 온 여러 관습이 있는데, 지금은 이를 하나씩 되돌아보는 단계다”라며 “교정이 필요한 관습의 양이 많아서 당분간은 계속해서 예술 작품 속 타자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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