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금융] 은행 '배달업ㆍ알뜰폰' 보험 '헬스케어'…무한확장 실험中

입력 2021-1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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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권법 신고·규제 샌드박스로 금융·비금융 간 경계 허물어
선진국 금융 부수업무 일반화…금융당국 ‘부수업무 기준’ 세워야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금융업과 비금융업을 구분하는 선이 희미해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 핀테크의 플랫폼 금융이 등장하면서 여·수신, 금융상품 판매 등 고유업무만으로는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부수업무로 업무 영역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유업무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부수업무를 해야만 고유업무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업권법 통한 부수업무 신고…규제 샌드박스 이용하기까지=금융사들의 신규 부수업무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고객 접점 확보 등을 목표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사들은 업권법을 통한 부수업무 신고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정 업무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실험을 통해 부수업무 확대를 꾀하고 있다.

우선 은행업권에선 신한은행이 지난해 4월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문 및 데이터셋 판매를 신규업무로 신고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신한은행은 배달 플랫폼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다음 달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또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알뜰폰 리브엠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10월 말 기준 이용자는 16만 명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사업 확장 시도는 단순히 문어발식 사업 확대라고 보기보다는 금융 플랫폼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성장 정체기에 들어섰으니 비금융 플랫폼에서 고객 접점을 늘려 다시 성장을 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보험업권 역시 부수업무 확장이 활발하다. 보험업권은 작년부터 건강관리서비스,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문 및 데이터셋 판매 등이 신규 부수업무로 신고하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는 보험사들의 부수업무로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헬스케어가 질병의 사후 진료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관리, 건강관리·증진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개념인 만큼, 위험도가 높아 그동안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소비자를 보험의 영역으로 유인하고 고객들의 건강 증진을 통해 보험금 지급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등은 헬스케어 업무를 통해 고유업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드사 역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임대보증금 보증 위탁판매 서비스, 바이오인증을 활용한 비대면 본인확인 업무 등의 부수업무 신고를 하며 사업 확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유럽·日 등에선 부수업무 적극 확대=이미 해외에서는 금융사들의 부수업무 확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이미 금융사의 다양한 부수업무 시도가 보편화 됐고, 보수적인 일본역시 국내보다 한발 앞서 금융사의 부수업무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작년 12월 금융청 금융심의회가 은행업무범위 확대 및 출자 규제 완화를 골자로하는 ‘은행규제완화방안’을 발표,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일본 은행들은 계열사를 통해 디지털, 지역경제활성화,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비금융사업 영위가 가능해지면서 수익모델을 다각화는 물론 기존 고유업무와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일본은 지난 2018년 아예 은행법 자체를 개정해 비금융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은행은 계열사를 통해 핀테크, 지역상사, IT시스템 판매, 인재파견 등 8개 비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당국, 부수업무 ‘부수성’ 기준 정립해야=금융사의 부수업무 확대가 전 세계 주류로 자리잡은 만큼 금융당국은 이러한 금융사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보장하는 동시에 부수업무 확대로 인한 위험성을 적정하게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 규제·감독 시 부수업무 규모 및 부수업무로 인한 중장기적인 재무부담 또는 수익변동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또, 금융사 검사·감독 시 부수업무로 인한 고유업무 효율성 저하 또는 고객과의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 방안을 수립한 후 부수업무의 ‘부수성’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은 부수업무가 고유업무에 부수하는지 판단할 때 △고유업무와 유사성이 있는지 △고유업무로부터 기능적·논리적으로 연장선에 있는지 △고유업무 효율성 향상이나 소비자 편익 제고 등이 기대되는지 △부수업무 관련 영업·자산·투자 규모 등이 고유업무 대비 지나치게 커지지 않을지 등의 기준을 가지고 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회사 경영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심사기준들에 관한 평가도 바뀔 수 있으므로 특정 업무를 부수업무로 인정할지 여부에는 규제 불확실성이 존재했다”며 “따라서 금융당국은 금융사와의 의사소통을 강화해 신규로 추진하고자 하는 업무가 부수업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회사 및 소비자 편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는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편익과 리스크를 검증하고, 편익 대비 리스크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업무는 시의성 있게 부수업무로 포섭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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