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경제 10년내 성장 멈춘다는 암울한 경고

입력 2021-10-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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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앞으로 10년 안에 성장을 멈출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과거 외환위기(1997∼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10년), 그리고 코로나19 위기(2020∼21년)를 거치면서 구조적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성장잠재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내놓은 ‘성장률 제고를 위한 전략과 비전’ 보고서의 분석이다. 한경연은 우선 생산과 소비, 투자 등 대부분의 거시경제 지표가 지난 10년간 크게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010년 6.8%에서 2020년 0.9%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국내총생산(GDP)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와 투자가 가라앉았다. 민간소비성장률은 2010년 4.4%였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충격으로 -5.0%까지 역성장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수출증가율 역시 같은 기간 13.0%에서 -1.8%로 떨어졌다.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잠재성장률은 8.3%에 이르렀으나 최근 2.2% 수준까지 내려왔다. 향후 10년 이내에 0%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자원 등 생산요소를 투입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나라 경제의 종합실력인데, 지난 1990년 후반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졌다.

우리 경제의 성장 기대치가 낮아지고 경제활력이 쇠퇴하는 노화(老化)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자리가 줄어 고용이 얼어붙으면서 기업과 가계의 소득이 늘지 않는다. 정부 재정수입 감소로 이어져 복지가 어려워지고, 연금 등 사회보험도 수입보다 지출이 급증한다. 국민 삶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한경연은 성장전략의 한계, 경직적 노동시장 및 기술혁신성 둔화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런 요인으로 노동과 자본 투입이 감소하고 있다. 기술혁신은 더디고,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의 노동시장은 비효율 투성이다. 성장의 견인차인 기업은 전방위 규제에 갇혀 투자가 가로막히고 있다.

우리 경제가 지속성장과 도태의 갈림길에 선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게 한경연의 진단이다.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규제의 혁파로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실현을 위한 성장률 제고가 차기 정부의 1순위 정책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투자 중심 성장전략 재정립, 기술혁신 역량 확대와 미래산업 집중 육성, 편향된 노동시장 개혁 등이 다급한 과제로 강조된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한국 경제의 쇠락을 막기 위한 전략은 멀리 있지 않다. 반(反)시장·반기업의 비정상적 정책 방향부터 되돌리면 지속가능한 성장의 해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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