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 중 부상’ 원인으로 30년 뒤 사망…대법 “위험직무순직”

입력 2021-10-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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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뉴시스)

화재진압 중 심각한 부상을 입어 수술하는 과정에서 B형 간염 보균자의 혈액을 수혈받아 약 30년 뒤 간암 판정을 받고 숨진 소방공무원에게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 씨의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 청구 부지급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소방공무원 A 씨는 1984년 화재를 진압하다 전기에 감전돼 쓰러지면서 유리 파편이 허벅지를 관통하는 상처를 입었다. A 씨는 출혈이 심한 급박한 수술과정에서 동료 소방관 B 씨의 혈액을 수혈받았다.

문제는 B 씨가 간염 보균자로 밝혀지면서 발생했다. B 씨는 2003년 간암으로 사망했다.

A 씨도 2011년 간암 등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던 중 증상이 악화해 2013년 퇴직했다. 치료를 받으면서 우울증, 불안 등을 호소하던 A 씨는 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망한 A 씨의 배우자 C 씨는 유족보상금을 두고 공무원연금공단과 소송을 벌여 2018년 법원으로부터 순직유족보상금 지급 결정을 받아냈다.

이후 C 씨는 ‘순직을 넘어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한다’며 이에 해당하는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인사혁신처가 위험직무순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A 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유족의 손을 들어주면서 “부상뿐만 아니라 질병도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입게 된 위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연금법은 소방공무원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 인명구조작업 중 위해를 입고 이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경우를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으로 한다.

이때 화재진압, 인명구조작업에는 업무수행을 위한 긴급한 출동·복귀와 ‘부수활동’이 포함된다.

1ㆍ2심 재판부는 “A 씨의 간암은 부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것으로 위험직무 수행 중 입게 된 신체부상을 치료하는 것은 위험직무 정리행위의 일환으로 필수적인 부수활동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 씨는 화재진압 중 입은 부상이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볼 수 있고, 공무원 재해보상법상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원심이 이 사건 부상으로 인한 수술과정이 공무원연금법상 ‘부수활동’에 해당한다고 언급한 부분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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