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3년 만에 최고치 '선제 관리'
유가 잡을 유일한 카드 소진 우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정감사에서 유가대책으로 유류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를 공식화했다. 홍 부총리는 “국제유가가 2018년 10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제가 보기엔 이와 같은 높은 유가가 금방 떨어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휘발유 가격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있어 정부로선 현재 유류세 인하를 짚어보고 있다”면서 “2018년도에 유류세를 인하한 사례가 있는데 당시 사례까지 포함해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유가가 이미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열흘 이내, 다음 주 정도엔 조치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최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이달 6일 배럴당 80달러대(80.55달러)에 처음 진입한 이후 84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2018년 10월 4일 84.44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선 것은 최근 국제유가 인상이 국내 물가 인상을 끌어올리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정권 말에 민심이 이완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약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초과 세수가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보통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대에 달한다. 리터당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과 교육세(교통세의 15%) 79.35원, 주행세(교통세의 26%) 137.54원 등 총 745.89원이다. 여기에 부가세 149.09원까지 합하면 전체 리터당 세금은 총 894.98원이다.
정부는 2018년 유류세 인하와 비슷한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2018년 11월 6일부터 2019년 5월 6일까지 유류세를 15% 인하했다가 그해 5월 7일부터 8월 31일까지 인하폭을 7%로 줄였다. 2018년 당시 보통휘발유 가격이 평균 1619원이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유류세가 15% 낮아지면 가격은 평균 97.14원 낮아진다. 당시 세수는 1조1000억 원 감소했다. 정부는 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원 박사는 “기름값을 잡을 수 있는 수단은 유류세 인하가 유일한 카드인데, 벌써 써 버리면 국제유가가 이보다 더욱 올랐을 때 대응할 수단이 없어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내년에 달걀, 액화천연가스(LNG) 등 90여 개 수입품목의 할당관세를 인하 또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