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고발사주’·‘대장동 특혜’ 의혹, 꿈틀대는 직권남용

입력 2021-10-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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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들의 범죄 의혹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가 여야 대선 후보자들이 연루된 '고발 사주'와 '대장동 개발 특혜ㆍ로비' 사건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법조계는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장동 의혹 관련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입증이 까다로운 만큼 수사가 더 진행돼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17일 “직권남용은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누가’ 시켰는지가 규명이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 수사, 윤석열 방조ㆍ공모 여부가 관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전 총장과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입건하면서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으면서 윤 전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김웅·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등으로 수사 대상을 넓혔다.

공수처는 전방위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김 의원이 제보자 조성은 씨와 통화한 내용 녹취를 복구해 고발장 전달이 이뤄졌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 전 정책관을 넘어 윤 전 총장으로 혐의를 확대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찾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윤 전 총장이 손 전 정책관에게 고발장 작성·전달을 지시한 정황 등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고발장 전달이 직권 범위 내에 들어가는지, 손 전 정책관 혹은 야당 인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것인지, 손 전 정책관의 행위에 윤 전 총장이 알고도 방조, 공모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전 총장은 또 다른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해있다. 법원은 15일 법무부가 윤 전 총장에게 내린 징계처분이 정당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윤 전 총장이 ‘채널A 사건’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다는 판단을 내놨다. 공수처는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의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배임ㆍ횡령ㆍ뇌물, 대장동 사건에 이재명 직권남용 의혹 제기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ㆍ로비 의혹 사건의 본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뇌물 혐의로 직권남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이 지사를 상대로 제기된 직권남용의 구체적인 혐의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재판 거래 의혹,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통한 영향력 행사 의혹 등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 지시가 2014~2016년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사업 세부 내용이 담긴 공문에 10여 차례 서명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를 직권남용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지사가 성남도시공사의 대장동 사업 인허가를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유리하게 변경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직권남용보다 배임 혐의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이 많다.

법조계선 이 지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직권남용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 지사가 유 전 본부장을 앞세워 지휘했다면 직권을 남용한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적용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석열ㆍ이재명, 직권남용 기소돼도 결과 가늠 어려워

윤 전 총장이나 이 지사가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직권남용에 대한 유죄 인정 여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사법농단 사건 등 최근 직권남용이 쟁점이 된 재판들의 법원 판단은 '부당한 행위가 맞더라도 직권이 없으면 직권남용은 없다'는 기조가 이어졌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14명의 전·현직 법관 중 처음으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다만 유 전 수석은 법리적 해석보다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휘하 연구관에게 특정 재판 경과 등 파악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는 증거가 부족했던 점이 판결 근거가 됐다.

지난달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상고심에서는 민정수석 지위를 이용해 특별감찰관의 업무를 방해한 직권남용혐의가 무죄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우 전 수석이 특별감찰관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증거만으로 지위를 이용해 압박하는 등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방해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재판에서는 직권남용죄에 대한 1·2심 판단이 다르게 나타났다. 김 전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에게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에서는 12명에 대한 직권남용죄가 유죄로 인정됐다. 반면 항소심은 “직권남용과 사표 제출 사이의 인과관계를 보기 어렵다”며 4명에 대한 행위만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또 1심과 달리 사표 제출을 거부한 인물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행하도록 한 ‘표적감사’ 혐의를 직권남용으로 봤다.

주진우 변호사는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 사유도 너무 다양해 한마디로 요약하기가 어렵다”며 “케이스가 너무 많고 아직 판례가 많이 축적되지 않아 사안별로 판단하기 어렵고 쟁점도 많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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