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못 따라가는 물가지수] 배달료 급등해도 외식물가는 그대로

입력 2021-10-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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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비 비중 가장 큰 '집값' 제외…소비자물가지수 산정방식 도마 위

정부, 12월부터 품목ㆍ가중치 개편
온라인품목 가중치 대폭 확대 전망

▲1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방식이 수술대에 오른다. 지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가계소비에서 비중이 가장 큰 ‘집값’이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을 비롯해 산정 방식에 구멍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소비 방식이 오프라인·대면에서 온라인·비대면으로 바뀌었지만, 품목·가중치는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5% 오르며 6개월 연속 안정 목표인 2%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투자 광풍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2%대 상승률조차 낮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실제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늘 있었다. 0%대 상승률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왔던 지난해엔 더 심했다.

실제로도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방식은 시장 상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주택 등 자산은 품목에서 빠져 있다. 기타 품목·가중치는 매년이 아닌 2~3년 주기로 개편된다. 최근 2~3년 사이엔 평소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택·주식 투자 증가에 자산가격이 급등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 소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 외식은 배달로 대체됐고, 외출 자제로 의류·신발 등 소비가 위축되는 와중에도 명품 등 사치품 소비는 증가했다. 품목·가중치가 코로나19 이전에 멈춰 있는 상황에서 지수와 시장 상황 간 괴리는 당연한 결과다.

대표적인 품목이 배달음식이다. 가장 최근 가중치 개편은 2018년(2017년 기준) 시행됐는데, 이후 배달대행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배달음식 가격에 별도로 붙는 배달료도 오르기 시작했다. 통계청은 치킨 등 배달음식 물가를 산정할 때 배달료가 포함된 가격과 매장·포장 가격을 함께 고려하는데, 두 가격을 합산할 때 적용하는 비중을 2017년 기준으로 활용 중이다. 결과적으론 배달 급증에도 매장·포장 가격이 전반적인 외식 물가를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가구구조 변화도 가파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구 형태에 따라 체감하는 물가가 달라진다. 아이가 있다면 간식, 유제품 가격 인상에 민감할 것이고, 고등학교 자녀를 뒀다면 교육비 무상화로 부담이 덜었을 것”이라며 “그런 가구 형태가 최근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품목별 가중치를 설정할 때 모집단으로 가계동향조사 소비지출액을 활용하는데, 추세적 저출산·고령화로 모집단 분포가 달라진 것이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인 가구 비중은 31.7%로 5년 전보다 4.5%포인트(P) 확대됐는데, 1인 가구의 소비지출 중 주거·수도·광열 비중(19.5%)은 5인 이상 가구(8.5%)의 두 배를 웃돈다.

정부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 기준연도 및 품목·가중치를 개편한다. 이번 개편에선 최근 소비행태 변화에 맞춰 온라인 품목 가중치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가주거비 포함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반영하는 사안에 대해 좀 더 검토하고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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