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갈짓자 토지보상 정책'에 땅투기만 부채질하나

입력 2021-09-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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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공급 요건 낮춰 공공택지 토지주와 보상협상 나서
신도시 조성 속도내려 한다지만 기존 정책과 충돌 논란

▲광명·시흥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4일 LH 직원 매수 의심 토지인 시흥시 과림동 현장에 묘목이 식재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 예정지 내 개발제한구역에 400㎡ 이상 땅을 가진 토지주에게 신도시 아파트를 특별공급하기로 했다. 토지주가 보상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해 신도시 조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땅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다른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협의양도인 특별공급 요건 낮춰 공공택지 토지주 당근

국토부는 27일 협의양도인 주택 특별공급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공포하고 이날부터 시행한다. 협의양도인 특별공급은 공공택지 예정지 내 개발제한구역 무주택 토지주가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 사업자에게 협의에 따라 양도하면 새로 짓는 아파트를 특별공급해주는 제도다.

그간 수도권에선 1000㎡ 이상 토지를 양도해야 협의양도인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 요건이 400㎡로 낮아졌다. 협의양도인 특별공급 대상은 새 법령 시행 이후 분양하는 주택부터 확대된다.

국토부는 요건 완화 이유로 원주민 재정착과 함께 순조로운 공공주택 사업 시행, 보상금 유동성 관리를 꼽았다. 특별공급 요건이 완화되면서 중소지주도 토지보상금은 물론 신도시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더 큰 당근을 내밀어 수용이 아닌 협의 방식으로 신도시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게 국토부 계산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에선 지지부진한 토지 보상 작업 때문에 3기 신도시 건설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권으로 현물 보상하면 부동산시장으로 재유입되는 현금 보상금도 줄일 수 있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 보상금이 부동산시장을 자극, 집값을 올릴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다만 토지 보상 전문가인 신태수 지존 대표는 "큰 손들의 경우 아파트 한 채보다 더 큰 이익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령 개정으로 3기 신도시 보상 속도가 확 빨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LH 사태 이후 강화된 협의양도인 보상 요건, 한쪽선 완화

이런 기준 완화는 국토부가 그간 천명해온 땅 투기 근절 정책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많다. 올해 3월 LH 직원이 연루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국토부는 투기 근절 방안을 마련 발표해 왔다.

협의양도인 특별공급만 해도 공공주택지구 공람 1년 전부터 토지를 소유한 사람만 받을 수 있게 하고 5년 이상 장기 보유자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했다. 3기 신도시 투기에 연루된 LH 직원들이 협의양도인 보상을 노리고 보상 요건에 맞춰 토지를 쪼개 가졌다는 의혹에서다. 이들 조치가 협의양도인 특별공급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졌다면 이번 개정안에선 협의양도인 특별공급이 더 쉬워졌다.

앞선 투기 방지책으로 최소 토지 보유 기간(1년)이 마련되긴 했지만 투기를 완벽히 억제하기엔 역부족이다. 수도권에서 개발 가능한 땅이 한정된 상태에서 1년만 앞서나가면 토지보상금에 더해 새 아파트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주택자 요건도 청약 전까지만 집을 처분하면 피해갈 수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주민 권익 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투기 억제를 위해선 토지 보유 기간을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도 "그간 발표된 투기 억제책과는 모순되는 측면이 있어 토지 시장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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