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약 8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반도체 업황 우려가 커지면서다. 8월 한 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2.29%, 5.33% 빠졌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1, 2위인 굴지의 기업이 타격을 입자 코스피 지수도 31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반면 개미들은 반도체 하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았다. 개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7조880억 원 사들이며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대부분 받아냈다.
반도체를 사이에 둔 개인과 외국인의 각축전은 이번 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은 보름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7510억 원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 주가가 소폭 반등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번 달에는 외국인의 ‘바이(buy) 반도체’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조2640억 원 순매수했다.
악재가 생기면 저가 매수에 나서는 개인과 강한 매도세를 보이는 외국인의 대조세는 이번 카카오 네이버 하락장에서도 유효했다. 외국인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악재로 판단하고 이달 들어 카카오를 1조 285억 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1조3665억 원 순매수했다.
과거 20년간 개인의 수급 패턴을 살펴보면 지수 조정 구간에서는 저가 매수, 박스권 구간에서는 차익 실현하는 패턴이 반복돼 나타났다.
지난해 8~10월 조정 구간과 올해 1~3월 조정 구간에서 개인은 각각 9조7000억 원, 31조 원 순매수했다. 또한 2007년 미국 주택시장 버블 확대 시기와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하락장에서도 강한 매수세가 나타난 바 있다.
역설적으로 개인의 강력한 순매수세가 외국인의 ‘팔자’ 기조를 유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세헌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수급 주체 중 강한 매수나 매도 압력을 가진 주체가 있을 경우 다른 주체들은 자동적으로 반대 매매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