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놓고 신학자들은 물론 신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견이 있지만 최근 정진석 추기경의 해석이 최근 우리의 경제상황에 비춰 봤을 때 마음에 와 닿는다.
정 추기경은 갈릴리 호숫가 언덕에서 예수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의 군중을 배불리 먹였다는 일화에 대해,'기적'으로 풀지 않았다. 대신 '예수의 마음'과 '예수의 사랑'으로 풀었다.
정 추기경은 예수가 '감사의 기도'를 했고, 그 기도를 듣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이 열려 저마다 품 안에 숨겨 두었던 도시락을 꺼내 낯선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굶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그렇게 나누고 남은 게 열두 광주리를 채웠다는 해석이다. 나누면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진다는 강렬한 메시지였다.
정진석 추기경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사랑으로 이웃과 도시락을 나누게 하신 거죠.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기적이죠. 지금 우리에게도 그런 마음이 필요한 겁니다.”며“10년 전 외환위기 때 우리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죠.그런 공동체 의식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한마음이 돼야 합니다. 한 배를 탔다는 공동체 의식이 있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요.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고가 아닙니다. 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그는“동물에겐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본능'이 있죠. 반면 인간에겐 '자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욕망을 절제할 수도 있고, 남용할 수도 있고, 악용할 수도 있죠. 자유를 잘 쓰면 달라지죠. 희사하고, 기부하고, 약자를 도와주는 선행은 인간의 자유 의지에서 우러나는 거죠. 동물의 세계에는 그런 게 없어요.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살리는 일, 그건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정 추기경은 여기에 열쇠가 있다고 했다. 경제 한파의 어둡고 긴 터널을 우리가 어떻게 지나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다고 했다.
택시운전만 40년간 해 왔다는 올해 칠순의 택시기사는“요즘 힘 드시죠”라는 질문에“저만 힘든가요. 이명박 대통령도 힘들고, 이건희 회장도 힘들고, 막노동하는 사람도 힘들고, 다들 힘들죠.”라고 답했다.
그렇다. 사실 요즘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돈 없는 서민들의 고통이 특히 심했다. 일정한 소득과 어느 정도의 현금이 있는 사람이라면 은행의 높은 이자로 짭짤한 재미를 봤고 이 돈으로 급락한 부동산에 투자를 해 많은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꼭 돈 없는 서민만 힘든 것은 아닐 것이다. 부동산 임대업자는 임대료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하나 둘 늘어갈 것이고, 부동산에 자산이 편중돼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펀드 열풍으로 대부분의 현금성자산은 펀드에 들어가 손해를 보고 있을 것이다. 또 많은 중산층들은 수입에 비해 비교적 높은 부동산 담보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더욱 걱정인 것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일어났던 '금 모으기 운동'의 실제 참여자들은 중산층을 비롯한 서민들이 주축이 됐었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서민들이 장롱 속 반지를 꺼낸 것이다.
이제는 기득권층의 희생과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사회 풍토상 기득권층이란 꼭 재벌과 상류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대기업과 금융권의 높은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도 포함된다.
최근 잡 세어링(job sharing,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권의 고액 연봉 노동자들의 희생과 배려를 요구하는 것이다. 전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의 트레이드마크로 알려져 있는 '잡 세어링'에 대해 사회 전반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이들의 희생과 배려로 운 좋게(?)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우리 사회의 리더이자 상류층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희생과 배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기득권층은 명심해야 한다. 근래 위기의 최대 피해 계층이 아래에서 위로 점차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갈릴리 호수에 모인 5000명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나눔과 배려에 동참하지 않았다면 '오병이어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오병이어의 기적'을 되새기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지금의 위기는 물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