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업체 직접 CDMO 진출 또는 해외 기업 인수
초기 시장…전문인력 영입·현지화도 중요한 과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떠오른 세포·유전자치료제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높은 성장성 덕분에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시장은 생산 역량과 노하우를 갖춘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22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주요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들은 치료제 개발뿐 아니라 CDMO도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래 시장 투자와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기회라고 생각해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에 나서는 것”이라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국내 기업들이 생산에 강점이 있고, 국내 시장이 작아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위탁업체로부터 세포주를 받아 단순 생산하면 위탁생산(CMO), 위탁업체가 세포주를 만든 후 생산을 하면 위탁개발(CDO)로 구분된다. CDMO는 ‘약품의 개발과 제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회사’를 뜻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시장은 2019년 15억2460만 달러(약 1조7790억 원)에서 2026년 101억1350만 달러(약 11조8014억 원)로 연평균 31% 성장이 예상된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1세대 재조합단백질, 2세대 항체치료제에 이어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꼽힌다.
보통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임상·개발·생산 등 전 단계에서 비용이나 역량, 자원 부족으로 아웃소싱 파트너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분업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제로 전체 제품 중 약 50% 이상이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되지만, 최근 개발 업체가 직접 CDMO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5년간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해온 헬릭스미스는 당뇨를 타깃하는 혁신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직접 생산에도 뛰어들어 2022년 이후 연 110억 원 매출과 영업이익 4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제희 헬릭스미스 전략지원본부장은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사들이 직접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공정 개발, 생산 역량 등이 필요하다 보니 CDMO 사업 진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임상 진행 비용과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데 궁극적으로는 규모 있는 고객 유치를 위해 CDMO 사업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 카텍셀이 1호 고객이고 2~3개 외부 기업과도 논의 중”이라며 “국내 바이오 업체 40곳도 잠재 고객”이라고 덧붙였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로도 잘 알려진 차바이오텍도 세포치료제 분야 CDMO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텍사스에 글로벌 수준 제조설비를 갖춘 c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시설 착공을 시작해 연말 완공 예정이다. 글로벌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시장을 선도하는 스위스 론자, 일본 후지필름등에서 전문 인력을 영입하면서 적극적인 시장 진입 의지를 보이고 있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풍부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임상경험과 제품화에 필수적인 생산 기술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CDMO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라며 “2024년 완공 예정인 판교 제2테크노밸리 GMP시설과 연계해 글로벌 CDMO기업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근 GC녹십자셀과 GC녹십자랩셀 합병으로 탄생한 GC Cell(지씨셀)도 세포치료제 CDMO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미 GC녹십자랩셀은 NK세포치료제 등 세포치료제를 꾸준히 개발해왔으며 GC녹십자셀은 국내 최대 규모 세포치료제 제조시설(약 6300평)을 보유하고 있다. 대규모 제조 시설 및 제조 경험, 공정기술을 통해 CDMO 사업영역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합성의약품 CMO인 SK팜테코는 지난 3월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해 생산공장을 증설, 세포치료제 등 바이오의약품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항체치료제 CMO에 주력해왔던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앞으로 5~6공장을 건설해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지난달 말 삼성그룹은 향후 반도체·바이오·차세대 통신 등 주력산업에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충분한 시장 가능성을 보고 판단해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며 “구체적인 사항들은 점차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이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스위스 론자나 미국 카탈란트 등 글로벌 CDMO 회사들에 비해 인프라가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들은 유전자‧세포 치료제 CDMO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공격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고비용인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에서 품질은 물론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
업계는 국내 기업들이 유전자‧세포 치료제 CDMO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글로벌 수준의 전문 인력 및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진단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분야이다 보니 경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아웃소싱 파트너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며 “개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해외시장이 타깃이라면 해외에 시설을 짓는 등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