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대혁명 2.0] ‘게임·아이돌 외모까지 규제’ 시진핑의 속내는?

입력 2021-09-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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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원하는 신세대 육성이 핵심 목표
‘건전한 청소년’·‘남자다운 소년’·‘균형잡힌 아이’ 등

▲한 남성이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상하이/EPA연합뉴스

초·중등 의무교육 과정의 학과에 대한 영리 목적 사교육 금지.
청소년 온라인 게임 일주일 3시간으로 제한.
‘여성스러운 외모의 남자 아이돌’ 활동 금지

올해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은 최근 몇십 년간 볼 수 없었을 정도의 수준으로 국민의 사생활에 파고들려는 의도를 점점 더 분명히 하고 있다. 당국은 사교육, 대중문화 아이돌, 그리고 온라인 게임까지 단속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러한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전임자들인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대 ‘공산당의 정치 독점을 묵인하는 대신 개인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일종의 사회 계약이 있었지만, 현재 그런 계약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공산당 지도부는 젊은이들의 삶에 영향력이 있으며, 그들이 유해하다고 간주하는 업계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학생의 압박을 가중시키는 사교육 △유명인 팬덤의 건강하지 못한 문화를 조성한다고 당국이 주장하는 대중문화 산업 △국영 미디어가 ‘정신의 아편’이라고 명명한 게임산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전임자들이 묵시적으로 지켜왔던 사회 계약을 깨면서 공격적으로 산업 단속에 나선 이유에 대해 차세대 중국 국민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더 적극적으로 형성하려는 공산당의 의도가 있다고 WSJ는 풀이했다. 일상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부문에 대한 규제와 단속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청년상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청소년 육성은 ‘남자다운 소년’과 ‘건전한 청소년’으로 요약된다.

▲중국 베이징에서 한 어린이가 지난달 29일 온라인 게임 프로모션 중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실제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30일 새로운 게임 규제의 배경이 되는 정부의 논거를 설명하면서 “젊은이는 조국의 미래를 상징한다”며 “이들의 건전함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재흥을 향한 신세대 인간의 육성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정신을 좀먹고,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며, 소년의 남자다움을 빼앗는 문화가 아이들 주변에 넘쳐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젠더에 집착하지 않는 성 중립 스타일의 남성 셀럽들이 중국 청년들의 ‘남자다움’ 부족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을 억제하려 한다.

청소년들의 삶을 자신의 틀에 맞추려는 움직임은 비단 오락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중국 당국은 7월 영리 목적의 교육 서비스 산업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가했다. 그동안 학원 등과 같은 교육 서비스는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아이를 우위에 두고 싶은 부모의 요구에 응하는 형태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사교육 탄압 의도는 주말이나 방과 후에 학습 지도를 받게 할 여유가 없는 가정에 불공평함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균형 잡힌 아이’를 만들려는 목적도 있다고 WSJ는 강조했다. 시 주석의 말을 빌리자면 ‘도덕·지식·스포츠·예술·노동을 제대로 교육받은 사회주의 건설자와 후계자’가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문화를 거부하고 당에 대한 지지와 충성만을 강조하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21세기 홍위병’을 육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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