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예방’ 사각지대에 놓인 어선 노동자 매년 수백명 사망

입력 2021-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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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어장으로 들어가는 어선들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사회 무관심·낮은 숙련도·열악한 작업환경 사고 키워
경사노위 “어선원 산업안전보건 보장 장치 마련 필요"

산업재해(이하 산재)로 목숨을 잃은 어선 노동자가 매년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의 무관심과 낮은 업무 숙련도, 높은 노동강도, 열악한 작업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선원의 산재 사망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재 예방 사각지대에 놓인 어선원의 산업안전보건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최근 발간한 '어선원 산업안전 보장과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방향' 보고서(이슈 브리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9~2018년) 매년 140명 가량의 어선원이 사고 또는 질병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통계는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이하 어재보험)을 통해 급여가 지급된 사망을 집계한 것이다. 어재보험은 3톤(t) 이상 어선은 당연가입 대상이고, 3t 미만 어선은 임의가입(자율가입) 대상이다. 전체 어선의 절반 이상이 3t 미만이 임의가입 대상이다 보니 어재 보험 가입율은 전체 어업인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연간 어선원 사망자 수가 2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보고서는 "2018년 기준 어업의 재해율은 5.0%로 전체 산업 평균 재해율(0.54%)의 약 10배에 이르며 어업 분야에서 노동자 1만 명당 사망자 수 비율은 전체 산업 평균보다 16~17배 높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재 통계에서 어선원 산재 사망자 수가 포함되지 않는다. 어선원들이 정부의 산재 예방·관리에서 소홀히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어선원 산재 발생 요인으로 4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어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낮은 업무 숙련도를 뽑았다. 어촌 고령화로 어선 노동자들이 외국인들로 대부분 채워지고 있는 데 이들의 취업기간이 3년이다 보니 업무 숙련도가 떨어져 산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어업에 뛰어든 젊은이들도 숙련도가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30세 미만 청년층 어업인의 재해율은 16.0%로 전체 어업인 재해율에 비해 2.9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선원들의 높은 노동강도도 산재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날씨의 영향을 받는 어업 평균 조업일수는 212일로 제조업(252.1일) 등에 비해 높지 않지만 무리하게 조업하는 어선의 노동일수는 274일에 달하고, 근해어업의 경우 평균 연속노동시간이 10시간이 넘게 나타나 장시간 근로가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원법 및 근로기준법 상 어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휴일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어선원들이 무리한 조업에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추락사고 등 산재로 이어질 수 있는 좁은 배 안의 복잡한 설비 및 미끄러운 작업환경과 산재 사고를 '개인의 부주의'로 여기는 어업인들의 인식도 산재 발생 원인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현민 경사노위 전문위원은 "어선원의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선내 사고 예방 및 안전보건 증진을 위한 체계 구축, 어선소유자의 안전보건 조치 준수 의무, 어선원 산업안전보건 보장, 전문성을 갖춘 감독관 도입 등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어선원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어선 및 조업 설비 현대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업 시 산재위험이 높은 어구·어로 장비의 안전장비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하며, 산업안전보건 강화에 따른 영세한 어선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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