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 ‘칼을 쥔’ 독립 원한다면

입력 2021-09-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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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연 금융부 기자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공정한 금융감독 집행을 위해 정책과 감독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검사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감독ㆍ검사 권한을 지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작년 국감에서도 독립을 주장하면서 금융위와 마찰을 빚었다.

금감원 검사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칼을 휘두른다’는 표현을 쓴다. 금융권 검찰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금감원이 쥔 칼은 금융사들을 향해 날카롭게 서 있다. CEO에게도 예외는 없다.

최근 금감원 직원의 내부 자료 유출 비리가 또 한 번 불거졌다. 하지만 금감원은 “기관마다 그런 시도는 많다”, “실수다”라고 ‘개인’을 두둔하기에만 급급하다. 여전히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누구보다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댄다. 피검 금융회사들이 금감원의 잣대를 받아들이는 것도 그게 금융당국의 역할임을 알기 때문이다. 금감원에서 민감한 자료를 다룰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 환경은 날로 변화하고 불법행위는 날로 교묘해진다. 건전한 금융 질서를 위해 금감원의 감독·검사 인력을 늘리고 권한을 강화해야 할 명분도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선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더 엄격해야 한다.

이번 내부 자료 유출 사건을 접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를 나간 금융회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제재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로남불’식 행위를 지적한 것이다. 혹시 있을 일을 대비해 경계하고 또 경계하자는 게 금감원이 주장하는 내부통제 강화가 아니던가.

금감원이 외치는 독립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조직원 개개인 모두에게 요구된다. 금융사 직원보다 더 높은 윤리와 도덕성을 갖춰야 그 역할을 할 자격이 주어진다. 독립을 원한다면 금감원 스스로가 자격을 갖췄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금감원의 칼날은 밖으로만 내두르라고 쥐여 준 무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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