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5년에 비해 10배 가까이 급증
부의 불균등한 분배·데이터 독점 등에 위기의식
급여 격차에 상대적 박탈감도 커져
17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20년 사이 5년간 미국 주요 IT 기업 직원들의 집단행동은 총 305건을 기록했다. 이는 35건에 그쳤던 2010~2015년 때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20년 한해에만 IT 업계에서 127건의 집단행동이 일어났다. 최근 5년간 이들 집단행동 주요 쟁점은 △근로조건 및 환경(125건) △임금과 복리후생(124건) △윤리 문제(124건) △차별(89건) 등이었다.
빅테크 기업들은 급성장으로 인한 부(富)의 불균등한 분배와 각종 데이터 독점과 장악 등으로 사회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성장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각국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규제는 앞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커진 위기의식이 집단행동이란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미국 경제의 양극화 심화를 의미하는 ‘K자형 회복’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는 것도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미국의 기술기업 직원들은 노동운동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성과에 따라 급여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시되는 것이 업계 전반적 분위기였다.
하지만 임직원 간의 급여 격차가 갈수록 커지자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만이 커지게 됐다. 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AFL-CI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상위 500대 기업들의 CEO 평균 보수가 근로자보다 299배 더 많았다. 같은 회사 내 직군 간의 급여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만 놓고 봐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 직군 종사자들은 창고 근로자보다 평균 보수가 3배 이상 많았다. 이와 관련해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의 음식 배달 직원 2000명은 지난 4월 근무 여건 개선과 임금 이상을 요구하며 뉴욕 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에서도 최근 3년 연속 노조 가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IT 업계 엔지니어들이 범(凡) 기술업종 종사자 노조를 결성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노조 참여율이 17.1%를 기록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이들 노조가 근무여건과 임금과 같은 사내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빅테크 기업을 둘러싼 사회 문제에 대해 사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트위터 직원들은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 사태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이 어떻게 관리됐는지 조사할 것을 사측에 요청했다. 직원들은 “대중의 비판에도 이를 조사하지 않는다면 트위터가 유저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