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만 앞선 방역, 국민은 지친다

입력 2021-08-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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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을 완료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방역 당국이 국민 70%의 접종 완료 시점으로 밝혀온 11월보다 목표를 한달 앞당긴 것이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에도 “추석 전까지 전 국민의 70%에게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정부는 줄곧 다국적 제약사와의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언제 어떤 백신이 얼마만큼 들어오는지에 관한 정보를 국내 도입 직전까지 비밀에 부쳤다. 그랬기에 길어진 거리두기와 끝없는 방역 일상에 지친 국민들은 오로지 정부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대통령의 이 발언은 일주일만에 흔들리게 됐다. 9일 정부가 백신 공급 계획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모더나 백신이 생산 관련 문제로 이달 도입 예정 물량보다 절반 이하 수준만 들어오게 됐고, 그 여파로 화이자ㆍ모더나 백신 2차 접종 간격이 각각 3주, 4주에서 모두 6주로 연장됐다.

전파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과 방역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다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고, 부스터샷(추가 접종) 시행 국가가 늘면서 백신 수급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희귀 혈전증 등 부작용 발생 우려로 만 50세 이상에게만 접종하도록 했던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을 만 30~49세 연령층도 접종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예측하기 어려운 방역 상황 속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올해 초 백신 접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르면 올해 말 마스크를 벗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갈 길이 아득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말만 앞선 ‘보여주기 식’ 방역은 장기화한 코로나로 심신이 지친 국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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