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49세 '실직' 성별ㆍ산업별ㆍ직업별 근속기간 격차 커
정년 연장은 세대 간 갈등뿐 아니라 고령층 내 수혜를 받는 사람과 아닌 사람 간 갈등 문제도 낳는다. 정년 연장의 수혜를 보는 근로자가 고령층 내에서도 극소수에 한정돼서다. 이런 상황에 현행 60세인 정년이 65세로 연장된다고 해도 고령층의 고용안정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고령층 부가조사(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55~64세 취업 유경험자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평균 근속기간은 15년 2.1개월에 불과했다.
성별, 산업별, 직업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산업별 평균 근속기간은 농림어업을 제외하고 전기·운수·통신·금융업(18년 2.4개월)이 가장 길고, 건설업(12년 3.3개월)과 도소매·숙박음식점업(12년 6.7개월)에서 가장 짧았다. 직업별로는 관리자·전문가(20년 0.1개월)가 가장 길고, 단순노무종사자(8년 6.5개월)와 서비스·판매종사자(12년 5.3개월)가 상대적으로 짧았다.
산업별로 건설업과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직업별로 단순노무종사자와 서비스·판매종사자는 영세 사업체가 몰리고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이 큰 대표적인 산업·직업이다. 따라서 정년제뿐 아닌 근로기준법상 기본 근로조건도 온전히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성별 근속기간은 남자가 18년 9.1개월에 달했지만, 여자는 11년 6.1개월에 불과했다. 성별 근속기간 격차는 주로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에서 발생하는 산업·직업 쏠림에 기인한다. 상당수는 기존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단순노무종사자, 서비스·판매종사자 등에 재취업한다.
55~64세 취업 유경험자가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을 그만둘 당시의 평균 연령은 49.3세였다. 성별로 여자(47.7세)가 남자(51.2세)보다 주된 직장에서 일찍 퇴직했다. 일을 그만둔 주된 사유는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12.2%)와 사업부진, 조업중단, 휴·폐업(33.0%) 등 사실상 ‘실직’ 비중이 44.2%에 달했다. 반면, 정년퇴직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그나마 남자는 두 자릿수(12.2%)를 기록했지만, 여자는 3.3%에 머물렀다. 정년제가 극소수 고령층에만 실질적 혜택이 되는 셈이다.
정년제가 존재하지만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은 주로 기존 경력과 무관한 농림어업이나 개인사업으로 이탈한다. 산업별로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 비중은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31.5%), 도소매·숙박음식점업(22.9%), 광업·제조업(19.7%) 순이었는데, 현재 일자리의 산업별 비중은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43.9%), 농림어업(23.7%), 도소매·숙박음식점업(13.3%) 순이었다. 광업·제조업의 경우 5.8%로 줄었다.
정년 연장은 고령층 내에서도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 호봉제가 여전히 지배적인 임금체계인 상황에서 정년제를 보장받는 고령층은 연장된 정년만큼 근속기간이 늘고 퇴직 시점까지 임금이 오르지만, 나머지는 50세가 되기도 전에 주된 일자리에서 나와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년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령층은 그나마 짧았던 근속기간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더 짧아졌다. 전년과 비교해 평균 4.9개월 줄었는데, 여자(-3.7개월)보다는 남자(-6.1개월)의 감소폭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