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안 움직이니...” 정부, 민간에 공공 주도 개발지 발굴 ‘SOS’

입력 2021-07-22 15:28수정 2021-07-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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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제외 수도권·광역시
개발 입지·사업성 등 평가
9월 말부터 후보지 발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추진되는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박민웅 기자 pmw7001@)

정부가 민간에서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공공 주도 개발사업 제안을 받겠다고 나섰다. 후보지를 제안하는 역할을 했던 지방자치단체가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이 공공 주도 개발사업을 직접 제안할 수 있게 되면서 사업이 활기를 띨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주민 반발 우려에 공공 개발 후보지 발굴 망설이는 지자체

국토교통부는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 4개 사업에 대해 민간(주민)으로부터 사업구역 제안을 받는다고 22일 발표했다. 이들 사업은 정부가 올 2월 2·4 대책에서 도입한 공공 주도 도심 개발사업이다. 국토부는 그간 지자체에서 이들 사업을 추진할 후보군을 추천받아 최종 후보지를 낙점해왔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공기업이 단지 작명권을 제외한 사업 시행 전권을 갖고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기업 주도로 도심역세권·준공업 지역·저층 주거지를 고밀 개발해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사업
△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주거‧복지‧생활편의시설을 건설하는 사업.
△소규모 재건축 사업
200가구 미만, 구역면적 1만㎡ 미만 재건축 사업
△소규모 재개발 사업
구역 면적 5000㎡ 미만 재개발 사업

국토부가 민간에서도 사업구역을 제안받기로 한 것은 후보지 발굴을 담당하는 지자체 태도가 소극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지금까지 국토부가 지자체에서 제안받은 공공 주도 개발사업 구역은 428곳인데, 이 중 317곳(74%)이 서울에 몰려 있다. 경기·인천지역과 비(非)수도권 광역시에서 제안한 사업구역은 각각 72곳(17%), 39곳(9%)에 그쳤다.

지자체가 사업 제안에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면서 사업 후보지 선정 작업도 지지부진했다. 8만3000가구 규모 공공 주도 개발사업 후보지를 선정한 서울과 달리 경기·인천, 비수도권 광역시에서 발표된 공공 주도 개발사업 규모는 각각 3만 가구, 1만3000가구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에선 민간 주도 개발을 원하는 주민 반발 등을 우려해 후보지 제안을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2·4 대책에서 공공 주도 개발사업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주택은 경기·인천에서 7만8000가구, 비수도권 광역시에서 11만4000가구다. 현재 확보한 후보지보다 각각 3배, 8배 이상 많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낮은 주민 동의율, 사업 지연 불씨될 수도

이번 공공 주도 개발사업 후보지 공모는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시에서 받는다. 민간이 사업 구역을 자체 설정한 후 구역 내 토지주 10% 이상 동의를 얻으면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다. 국토부는 민간이 제안한 사업구역 가운데서 입지와 사업성, 개발 시급성 등을 평가해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10%란 동의율 요건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공공 주도 개발사업을 확정하기 위해 필요한 동의율 요건(토지주의 66.7% 이상)과 큰 차이가 있어서다. 후보지로 선정된다고 해도 실제 사업 추진에 필요한 동의율을 더 확보하는 과정에서 주민 갈등 등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업 후보지 발굴부터 공공이 주도하기보다는 민간이 직접 사업을 제안하는 게 사업 현실성 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10% 동의율을 채운 곳 중에 66.7%에 이르는 곳이 얼마나 될 지는 불투명하다. 후보지로 선정되어도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지 발굴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동의율을 얻도록 해 후보지 선정 이후엔 주민 갈등 없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지자체가 제안한 공공 주도 개발사업 후보지 52곳 가운데도 토지주 동의율이 66.7%를 넘긴 곳은 8곳(15.4%)뿐이다. 22곳(42.3%)은 동의율이 10%도 안 된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부산 전포3구역에선 민간 재개발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후보지 선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성 시가지에서 민간 토지를 활용해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수 토지주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시 사업이 추진될 수 없다"며 "소유자들의 거부감이 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반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닌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소유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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