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로 치닫는 보복소비 양극화…'낀 점포' 수난시대

입력 2021-06-24 05:00수정 2021-06-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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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000만 원짜리 또는 1만원 짜리만 팔린다.’

최근의 소비양극화를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아주 비싸거나 아주 저렴한 제품에만 소비자가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여행비용을 고가 제품에 지출하는 보복소비의 봇물이 터진 것이 고가 명품의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면 소확행(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증가로 부담없는 가격에 만족감을 주는 초저가 제품 역시 각광을 받고 있다.

23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가 보복소비와 초저가 제품 판매가 동시에 늘면서 소비지형이 ‘K자형 양극화’를 그리고 있다. 소비심리는 회복세지만 비싸거나 싼 제품에만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3.0포인트 상승한 105.2로 집계되면서 3개월 연속 100을 넘겼다. 2018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소비는 살아났지만 토종 브랜드보다 해외 명품이 먼저 특수를 누렸다.

실제로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일명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가 지난 한해 국내에서 쓸어담은 돈은 2조 4000억 원에 육박한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지난해 한국법인 매출은 각각 4190억 원, 1조467억 원, 9296억 원을 기록했다.

백화점에서도 올해 1~5월 명품 매출 증가율은 50%대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의 1~5월 명품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6% 늘었고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57.1%나 증가했다. 이는 평년대비 2배 이상 웃도는 매출 신장률이다. 지난해 국내 럭셔리 시장 규모(유로모니터 집계)는 약 15조 원이며 2023년까지 16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가 제품도 잘 팔렸다.

SPA 브랜드 탑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8.7% 증가한 4300억 원을 기록했고, 패션 플랫폼 기업으로 시작해 최근 서울 홍대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며 차세대 SPA브랜드로 떠오른 ’무신사‘의 PB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도 지난해 1000억 원을 돌파해 전년보다 60%가량 늘었다.

저가 매장으로 유명한 다이소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 원을 넘어섰다. 이커머스로 소비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고전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하지만 명품도, 저가 상품도 아닌 이른 바 ‘낀 상품’이나 ‘낀 점포’들은 여전히 코로나 블루에 시름중이다. 동네의 작은 상점들은 고가도 저가도 아닌 데다 온라인 소비에 밀려 임대료마저 걱정하는 상황이지만, 명품은 사상 최대 매출에도 보란듯 1년간 수차례 가격을 인상하는데도 매장 앞의 길게 늘어선 줄은 줄어들지 않는다.

한때 '준명품'으로 불렸던 국내 토종 중견 패션 잡화기업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MCM은 한때 5000억대 브랜드에서 3000억대로 위축됐고 루이까또즈와 메트로시티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명품을 사는 사람과 다이소에서 물건 사는 사람은 결국 같다"라면서 "소득 양극화가 소비 양극화로 이어진 데다, 해외로 못나가고 MZ세대 사이에서 '플렉스' 문화가 퍼지면서 생필품은 알뜰하게 이커머스 등을 통해 사는 대신 남은 돈으로 명품을 사는 K자형 소비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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